번역2017. 6. 15. 11:05

일시: 2017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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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일어난 끔찍한 화재는 몹시 불평등한 영국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매번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당신은 사태를 "정치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먼저 책망하고 보는 논평자들에 의존할 것이다. 런던 서부의 그렌펠 타워의 화재와 함께 그러한 목소리는 즉각적으로 두드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참사는 명백히 정치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에 속해 있는 가장 부유한 자치구에서 공공지원주택(social housing)에 사는 대다수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미연에 방지하거나 신속히 진압할 수 있었던 화재로 인해 죽거나 다쳤다. 우리의 책무는 책임을 져야하는 이들로부터 다른 데로 책임을 돌린다거나 또는 이를 자연적인 것으로 보기 보다는,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묻는 것이어야 한다.

입주민들은 건물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염려를 관리 단체에, 지방 의회에, (최근 총선에서 패한) 국회 의원에게 수없이 보고하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었고, 현장에서 만난 거주자 대다수는 내게 자신들이 가난하고, 주택고급화 계획(gentrifying project)의 일환으로 해당 지역을 사회적으로 청소하려고 계획된 부유한 자치구에 살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했음을 말해주었다.

오늘 그렌펠 타워에서 일어난 화재는 정치의 바깥에 있지 않다. 이는 영국의 심원한 불평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120여 개의 방으로 구성된 건물은 400~600명의 사람을 수용했고, 일부는 아주 붐비는 환경에 노출되었다. 세입자들은 승강기, 비상등, 배선, 보일러 등 갖은 문제를 보고하였다. 아주 사소한 개선의 조치도 끊임없는 요구가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건,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자치구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도, 그들이 몸을 뉘일 집이라도 가진 행운아라는 메시지였다.

지난 11월, 입주민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다음과 같이 경고하였다.

이는 진실로 끔찍한 생각이지만, 그렌펠 행동단(Grenfell Action Group)은 오직 참사만이 우리의 지주인 켄싱턴첼시세입자관리단체(KCTMO)의 부적합성과 무능력을 밝혀 줄 것이며, 위험한 거주 조건과 함께 그들이 세입자 및 임차인에게 부과하는 건강과 안전 규칙에 대한 소홀함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그들과 켄싱턴첼시왕립구(RBKC)와 추악한 결탁은 미래에 벌어질 대형 참사를 위한 완벽한 방안이다.

그들이 예견한 참사의 결과는 분명했다. 새까맣게 그을린 골조가 런던 서부의 스카이라인에 드러난 것이다. 불은 아직도 타고 있으나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집은 전소되었다. 살아남은 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실종 상태이며 사망자의 숫자는 치솟는 중이다. 화재 현장의 주변 거리에는 눈물을 참는 사람들로 가득하며, 많은 수의 봉사자들이 그들에게 물을 건네고 있다.

주택은 영국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주택 소유자의 정도는 하락하고 있고, 임차는 증가하고 있다. 한편 보수당은 공공지원주택에 대한 공격에 나섰고, 동시에 임대주택(council homes)의 사적 매매를 부추겼다. 테레사 메이의 새로운 수석보좌관인 개빈 바웰(Gavin Barwell)은 그렌펠 타워 같은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무시한 주택부 관료들 중 하나였다. 그는 요구된 검토를 실행하는 데 실패하였다.

보수당은 그들이 영국의 주택 양극화에서 어느 편을 대표하는지를 결코 숨기지 않는다. 노동당이 정부의 작년 주택계획법안(Housing and Planning Bill)에 대한 개정을 제안하여 개인 지주로 하여금 그들의 주택을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들도록 하려고 했을 때, 72명의 구(舊)지주 토리(Tory)들은 해당 개정안을 반대하였다.

지난 주 열린 총선은, 영국에서 주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들과 하늘을 이불 삼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자들 간의 넓어지는 양극화를 보여주었다. 보수주의자들은 핵심 지지자인 지주들에 기대를 걸며 그들의 성명서에서 주택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아꼈다. 대신 광범한 수의 유권자는 주택을 짓고 치솟는 집세에 제동을 걸겠다고 약속한 노동당에 투표하였다.

그렌펠 타워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안은 적절한 수준의 주거가 특권이 아닌 권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그들의 생명을 가치있게 여기는 중앙과 지방정부를 가져야 마땅하다. 우리들의 집은 우리를 보호해야 하지, 우리 가족들을 위험으로 밀어 넣어서는 아니 된다.

마가렛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나 공공지원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런던 서부와 같은 지역에서, 그리고 오늘 같은 날,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이 입증되었다. 지역공동체는 협력하여 머물 곳을 제공했고, 모금을 실시했으며, 자원을 협조하였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분노의 총량, 그리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치인들을 압박해 조사를 약속하도록 하였다. 이제 싸움은 이같은 분노가 변화로 바뀔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반드시 적절한 수준의 주거를 제공 받아야 한다. 화재를 방지할 수 있었던 자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국에 걸쳐 그렌펠 타워와 비슷한 위험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급한 원조가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주택 위기에 반드시 맞서야 한다.

한 입주민이 내게 말했듯, 많은 이가 살아생전에 아무도 자신들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각자의 집에 갇혀 죽어갔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세계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 행동을 통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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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4. 8. 27. 19:15

* 2014년 7월 27일 작성.

 

집에 오는 길, 합정역에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먼저 자길 뽑아준 주권자에게 몸가짐을 단정히 하기는 커녕 전면적 불통과 경제에 대한 헛짓과 사유화의 칼부림에만 전념하는 대통령이 떠오른다. 아직 한국은 피해자가 품을 팔아야만 하는 처지인가보다. 실로 불의하다. 국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그리고 그 후에 자행된 셀 수 없는 국가폭력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눈에는 오로지 "경제"만 보이는 것인가? 박남일의 지적대로, 이러한 상황에서 "균형 잡힌 감각"은 (국가를 정점으로 하는)가해자와 (가족이 바닷속에 있는)피해자 사이에서 시시각각 유리한 쪽에 붙으려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저열한 행위를 포장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자꾸 생각하니 정말 속이 탄다. 4월 16일, 구할 수 있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구조를 시도하지 않은 국가에, 그리고 그 국가를 4년간만 대표하는 대통령에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구할 수 없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주권자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에, 그리고 그 국가를 4년간만 대표하는 대통령에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이유이다. 주권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대표하라고 뽑은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대통령이 좌파든 우파든 간에, 진보든 보수든 간에, 빈자든 부자든 간에, 성별과 계급과 혈연을 막론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져야 한다.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 그런데 사퇴를, 책임을, 피해를, 사과를 거론하기가 어렵다. 가해자는 듣지 않고 떠들기만 한다. "애국중년"은 오히려 피해자를 나무란다. 일단 책임 묻는 것을 뒤로 해도, 참사의 진상은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진상 규명마저 어렵다. 피해자측에서 절반의 인원을 대고, 국가측에서 절반의 인원을 대라는 피해자 쪽의 요구에도 국가는 귀를 막는다. 국가의 근간을 흔든단다. 거기서 근간이란 결국 자본이 주도하는 질서를 떠받치는 기둥일 게다. 

왜 공동체의 대표는 주권자의 말을 도무지 듣지 않는 것인가? 이비인후과에 갈 돈이 없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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