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1.29 이태준, <쏘련기행 중국기행 외>, 소명출판, 2015
독서/USSR2015. 11. 29. 18:20

1946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80일 간의 여행기이다상허는 조쏘문화협회 사절단의 일원으로 우수리스크(당시 보로실로프) - 모스크바 - 예레반 - 트빌리시 - 볼고그라드(당시 스탈린그라드)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 - 모스크바를 방문한 여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가는 곳마다 그의 눈에 비친 전후 소련의 실상을 차분하게 묘사하는 한편, 그러한 광경 속에서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사회주의사회의 우월성을 초들었다. 읽는 내내 우리에게는 '좋은 것'을 배워 '우리 것'으로 만들 의무가 있음을, 동시에 그러한 의무를 지키려는 태도는 언제든 사방에서 공격 받을 수 있음을 느꼈다. 현재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 캠퍼스 안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3개가 넘는다.

 

승전기념 예포는 저녁 아홉 시였다. 여기 식당의 저녁 시간은 대개 열시 이후라(점심도 일러야 세 시) 그동안 나는 붉은 광장에 갈 구두나 닦아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느낀 것이 이 호텔에 일 보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호텔 같으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바쁘게 구두가 닦여져 있을 것이나 여기는 그렇지 않다. 층마다 층계 모퉁이에 책상을 놓고 앉은 여자들은 객실과 욕실의 소제와 열쇠를 맡는 것만 일이다. 밑에 출입문 안에도 노랑테 모자를 쓴 남자가 있다. 문도 잡아당겨 주고 짐도 부려들이나 오직 사무적이요 굽신거림은 없기 때문에 나도 아직 그들의 존재에 감촉됨이 없었다. 식당에도 남자노인네들인데 재빠르지 못한 것은 연령의 소치만도 아니다. 차를 가져오고도 앞에 놓인 설탕 그릇이 비었음을 이쪽에서 눈짓하기 전에 먼저 알아내는 적이 적다. 이쪽의 지적으로 알았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서서히 무거운 걸음으로 가져온다. 미안했다는 것을 나타내려 덤빔으로써 도리어 이쪽을 미안케 하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손님의 비위를 맞추려 깝신거리고 희똑거리어 도덕적으로 위선에 이르는 것은 고사하고 심리적으로 객을 도리어 마음 못 놓게 하고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보담은, 차라리 이 사람들의 진실하기만 한 태도가 편하고 정이 든다. [...] 이런 것이 과연 불편한 것인가? 불편하다고 주장해야 하는가? 밤에도 상점들이 문을 열고, 늦도록 신 닦는 사람은 제 아내안해와 제 어린 것들과 즐길 시간 없이 그 자리에만 붙박여 있어야 하는 사회가 정말 편한 사회일까?

66쪽.

Posted by 사용자 Л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