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2014. 9. 1. 16:35

* 2014년 5월 12일 작성.

 

필자: Slavoj Žižek

일시: 201448

출처: http://inthesetimes.com/article/16526/what_europe_can_learn_from_ukraine

사진: 201311, 키예프(Kiev)에서 일어난 시위는 결국 대통령(Prime Minister)을 축출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어떻게 서유럽과 합칠지에 관한 결정에 직면하고 있다.

 

제목: 유럽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What Europe Can Learn From Ukraine.)

부제: 유럽 좌파들은 우크라이나 시위대를 가르치려드는데 너무 조급하다. (European Leftists are too quick to patronize Ukrainian Protesters.)

 

 5월 말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가 가까워오는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최근의 사건들을 기억해야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연합으로의 통합보다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우선순위로 두어 시위를 촉발시켰고, 그것은 2월 말 빅토르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 대통령(Prime Minister)과 그의 졸개들을 무너뜨렸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좌파들은 가련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다음과 같이 가르치려드는 방식으로 대규모 시위 소식에 반응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지속적으로 유럽을 이상화(理想化)하고, 바로 그 유럽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할 정도로 얼마나 착각에 빠져 있는가! 그들은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이 우크라이나를 서유럽의 경제식민지로, 오늘날의 그리스와 같은 처지로 만들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 좌파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유럽연합의 실상에 관해 전혀 무지하지 않다는 사실은 도외시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유럽연합이 노정하는 갖가지 문제와 격차를 매우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전하고자 하는바는 간단히 말해, 그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엉망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문제(경제적 불안전과 가차 없는 실업)는 여전히 부유한 자들의 문제이다. 그리스가 처한 끔찍한 곤궁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난민들은 여전히 대규모로 그곳을 찾고 있으며, 우파 애국자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시위대들이 언급하는 유럽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다. 유럽은 어떤 단일한 전망(展望)으로 축소될 수 없다. 이는 내셔널리스트(nationalist)적이고 심지어 파시스트(Fascist)적인 요소부터 오늘날 유럽의 기관들이 그것을 더욱더 배반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지구적인 정치적 상상에 유일무이하게 기여한 사상이자, 에티엔 발리바르(Étienne Balibar)가 평등자유(égaliberté), 즉 평등 속의 자유(freedom-in-equality, *진태원에 따르면, 발리바르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의 이론적 핵심을 이루는 두 축을 인간=시민명제와 평등=자유명제라고 제시한다.)라고 부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에 걸쳐있다. 이러한 두 극() 사이에서 오직 순진무구한 자들만이 자유민주주의적(liberal-democratic) 자본주의에 그들의 믿음을 건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의 시위에서 유럽이 봐야할 것은 그 자신의 최선과 최악이다.

 

 우크라이나 우파의 내셔널리즘(nationalism)은 새로워진 반()이민, ()종교적 포퓰리즘(populism)의 일부로, 그들은 스스로를 유럽의 방위라고 표현한다. 한 세기 전, 체스터턴(Gilbert K. Chesterton, 1874~1936)은 이 새로운 우파의 위험을 분명히 감지했고, 그가 쓴 정통(Orthodoxy)에서 종교 비판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근본적 교착상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자유와 인간성을 구하기 위해 교회와 싸우기 시작한 사람은 교회와 싸우기만 하다가 결국 자유와 인간성을 내팽개치게 된다.” 이러한 설명은 종교 옹호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가? 많은 광신적인 종교 수호자들이 현대의 세속적인 문화를 맹렬히 공격하면서도 결국 어떤 유의미한 종교적 경험도 저버리지 않는가? 또한 이는 이민이라는 위협에 맞서 유럽의 수호자들이 최근에 대두하는 것에도 적용되지 않는가? 유럽의 기독교적 유산을 보호하겠다는 그들의 열망 속에서, 새로운 광신자들은 그 유산의 참된 핵심을 저버릴 준비가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류 자유주의자들은 인종적 또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들을 위협할 때에 우리는 문화적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적 안건을 배경으로 모두 뭉쳐야 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구해야 하며 더욱 급진적인 사회적 변혁의 꿈은 제쳐두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일러준다. 한편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그토록 맹렬히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유러피언 드림은 어떠한가? 어느 누구도 유럽연합 안의 무엇이 우크라이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으나, 그 정책묶음에 긴축 수단이 포함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지난 세기 소련에서 나온 잘 알려진 이야기이자 다른 나라로 이주하길 원하는 유대인인 라비노비치(Rabinovitch)에 관한 농담을 알고 있다. 소련 이주국(移住局)의 관료가 왜냐고 물었고, 라비노비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이 두려운데, 소련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힘을 잃을 것이고, 새로 등장한 권력은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짓의 죄과를 모두 우리 유대인들에게 떠넘길 것이며, 다시 반()유대 계획(program)이 나타나날 것이고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료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은 순전한 헛소리야. 소비에트 연방 내에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고, 공산주의자들의 권력은 영원할 것이다!” 라비노비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 바로 그게 둘째 이유입니다.”

 

 우리는 위와 비슷한 대화를 비판적인 우크라이나인과 유럽연합의 재정관 사이에서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인이 다음과 같이 불평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당황해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이 두려운데,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압박에 우리를 간단히 넘겨줄 것이고, 우리의 경제가 붕괴되도록 놔둘 것이며유럽연합 재정관이 그를 가로 막는다. “하지만 당신네는 우리를 믿을 수 있어. 우리는 당신네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당신네들을 단단히 통제하고, 무엇을 할지 조언할 거야!” 그 우크라이나인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 그게 바로 둘째 이유입니다.”

 

 그렇다. 키예프의 독립광장(Independence Square)에서 싸웠던 마이단 시위대들은 영웅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싸움, 즉 새로운 우크라이나가 어떤 모습이 될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은 이제야 시작됐다. 그리고 이 싸움은 푸틴의 간섭에 대항하는 싸움보다 훨씬 더 고될 것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값하고,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족한지의 여부가 아니라, 오늘날의 유럽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심원한 열망에 값하는지의 여부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과두집단이 뒤에서 조종하는 형태로, 인종적 근본주의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뒤섞인 비빔밥처럼 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오늘날의 러시아(또는 헝가리)만큼 유럽적이게 될 것이다. 정치적 논평가들은 유럽연합이 러시아와 갈등하는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고,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과 합병에 대해서도 건성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떤 다른 종류의 지원이 심지어 엄청날 정도로 빠져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사회경제적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실현가능한 전략을 제공받은 적이 결코 없다. 그러한 지원을 하기위해서라도, 유럽은 우선 자신을 변모해야 하고, 스스로의 유산이 담고 있는 해방적 핵심에 다시금 헌신해야 한다.

 

 걸출한 보수주의자 엘리엇(Thomas S. Eliot, 1888~1965)은 그가 쓴 문화의 정의에 관한 단상(Notes Towards a Definition of Culture)에서 유일한 선택이 종파주의(宗派主義)와 믿지 않음(non-belief) 사이에서 내려야 하는 선택이 되고, 종교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 원래의 송장으로부터 종파적 분리를 수행하는 것이 되는 계기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유일한 기회이다. ()유럽의 썩어가는 송장으로부터 종파적 분리를 수행하는 방식만이 우리가 평등자유라는 유럽적 유산을 살아있게 할 수 있다. 그러한 분리는 우리가 우리의 숙명이자 협상할 수 없는 곤경의 근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바로 그 전제, 다시 말해 주로 지구적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로 명명되는 현상과 근대화"를 통해 우리를 그 질서에 순응시켜야 할 필요성 양자를 문제적으로 만든다. 직설적으로 말해, 대두하는 신세계질서가 우리 모두에게 협상할 수 없는 숙명일 때 유럽은 패배한다. 따라서 유럽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의 숙명이라는 주문을 깨트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렇게 나온 새로운 유럽 안에서만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유럽으로부터 배워야 할 사람은 우크라이나인이 아니고 유럽 자신이다. 유럽은 반드시 마이단 시위대에 동기를 부여한 그 꿈을 포함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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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2014. 9. 1. 16:32

* 2014년 3월 4일 작성.

 

필자: 블라디미르 이셴코(Volodymyr Ishchenko)

일시: 2014년 2월 28일(GMT 1532)

출처: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4/feb/28/ukraine-genuine-revolution-tackle-corruption

사진: 지난 금요일, 친러 코사크인들이 크리미아 공화국 의회건물 바깥의 전쟁기념물 근처에 모여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관해 흔히 두 가지 수식이 뒤따른다. 하나는 이것이 민주혁명, 심지어 사회혁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우익쿠데타, 심지어 네오나찌의 쿠데타라는 것이다. 사실 앞서의 두 성격규정은 모두 틀렸다. 다만 지금껏 우리가 목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중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나 동부와 남부 지역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중봉기이며, 그 결과 정치 엘리트세력 간의 교체는 이뤄졌다. 그러나, 최소한 현정권 밑에서 민주적이고 급진적인 변화의 전망은 굳게 닫혀있다.


 우크라이나의 현 '혁명'이 왜 사회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가? 마이단(Майдан; 광장) 운동이 주장한 몇몇 요구는 관철됐다. 일례로, 사망한 시위대 중 대다수를 죽인 악명높은 베르쿠트(Бе́ркут) 전투경찰대는 해체됐고, 야누코비치 행정부의 가장 악랄했던 관료들도 파면됐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구조적인 민주적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거나, 새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부패, 즉 가난과 불평등을 뿌리채 뽑을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더욱이 새정부는 그러한 문제들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경제위기의 부담을 부유한 과두세력이 아닌 가난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고스란히 지울 것이다.


 새정부는 마이단 운동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안건과 맞바꿨다. 지난 목요일 인준을 받은 새정부의 각료는 주로 신자유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로 구성됐다. 그들은 의회에, 가격과 관세에 관한 "반민중적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성을 강변했고,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돈을 빌려올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갖출 준비가 돼있다고 공표했다.


 임금을 동결하고 가스값을 대폭 인상하라는 국제통화기금의 요구는 우크라이나의 이전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연계 합의에 관한 협상을 유예한 이유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새정부를 "자살자 정부"라고 부를만 하다.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트릴 이러한 반사회적 정책과 통화붕괴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을 예측하기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극우세력은 새정부 내에서 주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몇몇 논자들은 우크라이나 새정부 내의 극우세력의 준동이 유럽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경고했다. 현재 부수상, 국방장관, 생태장관, 농업장관, 검찰총장의 자리를 국수적인 자유당(Свобода)이 쥐고 있다. 조국당(Батьківщина) 온건파에 뒤늦게 가담해 마이단의 자위대세력을 효율적으로 지도한 안드리 파루비(Andriy Parubiy)는 우크라이나 사회국민당의 창립자 중 한 명이자 준군사적 청년단체의 전 지도자였고, 지금은 국방안보회의의 수장이다.


 동시에, 시위에는 잘 기획된 무장 쿠데타라는딱지가 붙게 됐다. 정당들은 마이단 운동, 특히 준군사적 무장대를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실상 이 정당들은 정기적으로 마이단 운동을 고무하고 있고,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야누코비치와의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새정부가 악명높은 우파지구(Right Sector)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파지구원들은 이제 대중적인 영웅들이고, 승리한 "혁명"의 전위대이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 경찰들로부터 총기를 강탈했고, 야누코비치가 실각한 지금은 "부패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맞서 혁명이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단 운동에서의 단호함과 핵심적인 역할을 자찬한 자유주의자들은 이제 우파의 반동적 생각을 목도하고 있다. 최근 우파지구의 공보비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럽이 갈 바른 길을 말해야 하"고, 사람들이 교회에 가지 않고 여자 동성애자나 남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권리를 용인하는 "완전한 자유주의"라는 "끔찍한 상황"으로부터 유럽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파지구가 새정부에 맞서 움직이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파지구는 급격하고 깊어지는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반란을 주도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강한 좌파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익 대중주의자들은 사람들의 사회적 고충을 들쑤셔 놓을 것이다.


 동시에, 잠정적인 새 "사회적 마이단 운동" 에서 급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지도적 역할은 지배계급에 맞서는 어떠한 전국적인 운동도, 문화적으로 쪼개진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의 대중참여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급진 민족주의자들은 심지어 분리주의적 성향을 증폭시키고, 현재 크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친러적 도발을 기도한다. 불가피하진 않겠지만, 현재 전면적 내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측에게 가장 최선은 우크라이나의 지역간 갈등을 봉합할 평화적 해결책을 고수하고, 극우세력의 새정부 참여와 길거리의 통제받지 않는 우익 준군사조직을 강하게 반대하는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의 외채를 탕감해줌으로써 무조건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채탕감은 전세계의 많은 진보적 운동들이 제기하는 민중적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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