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나온 글이지만 그 분석 대상인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글의 요지는 미국이 핵우위(nuclear primacy) 상태에 거의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미국 다음 가는 핵강대국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선제핵공격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시나리오에서는 비상대기상태(alerted)가 아닌 러시아의 장거리 핵체계(미사일, 폭격기, 잠수함)에 미국이 선제핵공격을 가할 경우, 무기의 정확도가 38% 이하가 아니고서야 미본토에 도달 가능한 러시아의 복수 수단(2006년 현재 3,500여 개의 핵탄두; 중국은 20개 이하)은 모두 궤멸되거나 기껏해야 한두 대 정도가 남을 뿐이다. 이때 미국은 최초핵공격 이후에도 350발이 넘는 양의 전술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 ... 물론 저자들이 미국의 핵우위를 지지한다거나 자신들의 모델이 100% 정확하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자료 공개 상황에 따른 제약이나 계산 착오 등은 언제든 생기게 마련이니. 한국과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이런 논문을 제발 읽으면서 통치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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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쓸 수도 있는데,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미국 박사과정 유학을 꿈꾸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본인의 유학준비를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학문적 멘토를 구하세요. 저도 준비를 거치면서 여러 교수님들로부터 분에 넘칠 정도로 자상하고 심도있는 지도를 받았습니다. 특히 지도교수님은 제 SOP에 담긴 연구계획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십 회에 걸쳐 날카로운 비판과 정성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본문 마지막 부분에 드러나 있다시피, 저는 스스로 미국 탑스쿨 정치학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평균적인 지원자에 비해 스펙이 특별히 뛰어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뒤처지는 측면이 많은 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적어도 학교에 제출한 SOP만큼은 매우 명확하고 야심찬 연구계획을 담고 있었으며, 여기서 교수님의 멘토링이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확신합니다.

 둘째,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인생을 멀리 내다보며 준비하세요. 학자는 그 커리어의 특성상 남들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늦게 사회진출을 하게 됩니다. 박사과정의 성격에 따라 6년차, 7년차까지 공부를 하게 될 수도 있으며, 질병 등으로 인해 학위취득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30대 초반, 빠르면 20대 후반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해도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많은 동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신입생활을 마친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유학준비 과정 간 소요되는 1-2,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은 그다지 길거나 아까운 시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열심히 준비하되 반드시 ‘000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 혹은 올해 탑스쿨 진학에 성공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기보다는 아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아예 재수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받아들이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하세요. 그래야 피말리는 어드미션 과정을 정신적으로 견뎌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한 견해들이지만 관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성 간 참고한 주요 자료들의 링크들을 아래에 제공해 놓았습니다.

 

1. 최근에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 대학교 국제관계위원회(CIR)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Matthias Staisch의 개인 홈페이지.

http://mstaisch.squarespace.com/mentoring-1/

 

2. 예일대 교수 Nuno Monteiro의 개인 홈페이지.

http://www.nunomonteiro.org/advice/grad-admissions

 

3. 시카고대 행정학 대학원 교수 Chris Blattman의 개인 홈페이지.

http://chrisblattman.com/about/contact/gradschool/

 

4.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Daniel Nexon 교수가 정치 블로그인 Duck of Minerva에 올린 박사과정 지원 관련 조언.

http://duckofminerva.com/2012/08/applying-for-phd-in-political-science.html

 

5.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의 Daniel Drezner 교수가 Foreign Policy Magazine에 정치학 박사과정 지원과 관련하여 게재한 3편의 글.

(1) http://foreignpolicy.com/2013/04/15/should-you-get-a-ph-d/

(2) http://foreignpolicy.com/2012/03/18/so-you-want-to-get-into-a-political-science-ph-d-program-episode-i/

(3) http://foreignpolicy.com/2012/03/23/so-you-want-to-get-into-a-ph-d-in-political-science-ph-d-program-episode-ii-attack-of-the-postgrads/

 

6. 교수직 잡마켓의 암울한 현실을 설명한 기사.

http://www.slate.com/articles/life/education/2015/02/university_hiring_if_you_didn_t_get_your_ph_d_at_an_elite_university_good.html

 

7. 모든 미국 대학원 지망생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는 Gradcafe.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의 후기, 교수님들의 조언, 그리고 각종 크고 작은 사안들에 대한 준비생들의 활발한 토론과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결과발표 시즌에는 학교별로 통보를 받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합격/불합격 사실을 공유하는 장이기도 하다(본인이 지원한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본인에겐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떨어진 것). 전반적으로 매우 유용한 사이트이지만, 교수들의 조언이나 사람들의 후기 등을 읽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다. 따라서 습관적으로 방문하게 되면 입학준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http://forum.thegradcafe.com/forum/36-political-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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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국내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미국 정치학 박사유학에 이점을 얻을 수 있는가?

 

A: 아니라고 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은 어차피 대부분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따로 석사를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는 어드미션 위원회에게 있어 그다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특히 그것이 세계학계에서 별다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대학원의 학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필자가 본 바에 의하면 국내에서 석사공부를 마친 사람조차도 실질적인 연구경험이나 출판경험 등의 측면에서는 미국 명문대에서 학사학위만을 마친 사람보다 저조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석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대학원 공부까지 한 사람의 연구경력이 이 정도밖에 안 돼?’). 예를 들어, 간혹 미국의 유명한 교수들이 쓴 논문이나 책을 읽다 보면 학부생이 쓴 세미나 페이퍼나 학부졸업논문을 인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부생이라도 실질적인 연구기회를 제공하여 향후 학자적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게끔 지원해 주고, 높은 수준의 방법론적 훈련을 시켜 주며, 심지어 학교예산을 투자하여 연구비를 지급해 주는 경우도 흔하다. 대한민국의 경우, 적어도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대학원 공부를 한 사람들 중에서도 이 정도의 연구여건과 기회들을 제공받았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연관된 사항으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학원 공부를 통해 저조한 학부성적을 세탁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좋은 학부성적을 받는 것보다 좋은 대학원 성적을 받는 것이 훨씬 쉽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대학원을 다녀 본 사람들 중 이를 부정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학부 때 성실히 공부하여 좋은 졸업평점을 얻지 못한 사람은 대학원 성적과 상관없이 일단 크게 한방 먹고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찌 됐건 한국에서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 진학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였거나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원들이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존문헌 및 연구방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더 수준이 높은 SOP와 라이팅 샘플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향후 미국 탑스쿨 박사수준에서 공부하게 될 구체적이고 유의미한 연구질문을 발견한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한 일차적인 연구를 이미 체계적인 사례연구나 통계분석을 통해 수행해 본 경험을 SOP에 설득력 있게 반영할 수 있다면 분명한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학회나 퍼블리케이션을 통해 공유해 본 경험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Q5: 미국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 진학에 이점을 얻을 수 있는가?

 

A: 미국에는 단독 석사과정(Terminal Master’s Program)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정치학과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 석사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미국의 우수한 연구환경에서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 교수들로부터 추천서를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국내 학부나 대학원에서 지원하는 사람들보다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정치학계에서 활약 중이신 몇몇 교수님들 또한 이러한 경로를 통해 탑스쿨 박사과정에 합격하셨다.

 그러나 이 또한 탑스쿨 박사과정 입학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단편적인 예를 살펴보자면, 미국 국제정치 석사과정 가운데 가장 학문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i.e., 가장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박사과정에 지원할 계획으로 들어가는) 시카고대학교 국제관계위원회(CIR) 석사과정 졸업생들 중 매년 1명 정도만이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입학에 성공한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전통적인 경로[학사졸업석사수료(+외부장학재단 수혜?)미 박사과정 지원]를 거처 탑스쿨 박사유학을 노려볼지, 아니면 미국 석사과정에 우선 진학하여 보다 탄탄한 연구경험과 인맥을 갖춤으로써 박사진학을 노려볼지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Q6: 학부성적, 연구실적 등 학문적인 스펙 이외의 실무적인 경력은 미국 박사과정 진학에 어느 정도로 도움을 줄 수 있나?

 

A: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추천서 관련 부분에서 한 말을 꼼꼼히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짐작을 했겠지만, 정치라는 영역에 실무적으로 종사하는 것과 그것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서로 매우 다른 skill set을 요구한다. 자동차 운전에 능숙해지는 것과 자동차의 기계공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서로 전혀 다른 문제인 것처럼...미국 정치학계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교수들 중 박사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정부나 국제기구, NGO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한번 조사해 보라. 아마 한명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말 정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로 마음을 굳힌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실무경험을 쌓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집중적으로 탑스쿨 박사과정 입학에 필요한 학문적 실적과 연구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을 권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국회인턴, 통역장교, 외교관, 국제기구 공무원, 다국적 기업 직원 등으로 일해 본 경력을 활용할 방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적절히 포장하면 SOP 상에서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질문을 발견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특이한 경험으로 한두 문장 정도는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한 학문적인 내용의 비중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나아가 당신이 이러한 비학문적인 경험들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는 모두 당신이 정치학이 뭔지 아직 감을 잘 못 잡고 있다는 증거로 비춰질 것이다.

 

Q7: 당신이 어드미션 위원회에 제출한 기본적인 스펙은 어떻게 되는가?

 

A: 개인적인 정보라 약간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사실 박사유학을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근래에 합격한 사람들의 스펙이 가장 궁금한 점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따라서 Gradcafe 회원들이 입학과정이 마무리된 후 자신들의 입학후기를 올릴 때 사용하는 양식을 빌려 대략적인 요소들만 공유해 보도록 한다.

 

1) Undergrad Institution: 고려대학교

2) Major: 국제학/정치외교학

3) Undergrad GPA: 4.18/4.5 

4) Grad: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수업 4 

5) Grad GPA: 4.5/4.5 

6) GRE: V 170/Q 161/AW 6 

7) Any Special Courses: 국제관계 연구방법론, 계량적 정치분석 

8) Letters of Recommendation: 모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및 국제대학원 교수님 3.

9) Research Experience: 온라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1(이는 사실 퍼블리케이션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움). 프린스턴대, 싱가폴국립대, 북경대, 동경대, 고려대 등 5개 대학들이 참여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 1. 이 중 후자를 라이팅 샘플로 제출하였음.

10) Teaching Experience: None

11) Subfield/Research Interests: IR/Security Studies 

12) Other: 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유학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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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미국 박사과정에 입학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 우선 입학과 관련된 기본적인 통계부터 짚고 넘어가자.

 

나는 하버드나 프린스턴이 아닌 조지타운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상당히 괜찮은 정치학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top-tier 학교들만큼 입학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우리 박사과정에서 국제관계(IR) 세부분야를 공부하겠다고 지원하는 인원들만 매해 평균 300명이 넘는다...알아서 계산을 해 보라. 평균적인 해에 당신이 우리 정치학 박사과정에 합격할 확률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확률보다 아주 조금 높다....

 

그리고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미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어서 우리 박사과정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의 몇 배를 훨씬 넘는다. 입학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 박사과정이 어느 특정 해에 입학시킨 학생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나머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선발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기존 합격인원에 비해 아무런 흠잡을 데가 없는 entering class를 두세번은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 Daniel Nexen, 조지타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Nexen 교수 본인도 언급하듯이, 이는 중위권에 속하는 조지타운 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얘기다. 탑스쿨의 통계는 더욱 절망적인데, 예일 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의 경우 보통 700명 가까운 인원이 지원하고 20명 정도를 최종 입학시킬 목적으로 40명 정도에게 합격통보를 보낸다고 한다(합격인원과 입학인원의 수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탑스쿨에서도 합격인원의 일부가 중복합격으로 인해 다른 박사과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계산해보면 전체 합격률은 6퍼센트 미만인데, 여기서 예일대는 탑스쿨들 중에서도 꽤나 규모가 큰(=입학정원이 많은) 정치학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여러 사회과학 분야들 또한 대략적인 수치들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 후에 추가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이는 곧 외국대학 출신 지원자의 합격확률은 더욱 저조하다는 뜻이다.

 미국 박사과정 입학경쟁이 이 정도로 치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대다수 학문분야들에서 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명문대만큼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 두 번째로, 미국의 유수 박사과정들은 석사급 과정들과 달리 보통 입학생 전원에게 학비 전액과 보험료, 그리고 (웬만큼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생활비로 구성된 재정지원 패키지를 지급한다. 따라서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들은 큰 재정적 부담 없이 미국 박사유학을 꿈꿔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이유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든 나라들로부터 최고의 두뇌들을 받아들여 뛰어난 학자로 키워내기 때문에 미국의 명문대들이 학문의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토록 입학장벽이 높은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에 합격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크게 여섯 가지 요소가 합격가능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1. 학부성적 (GPA)


 우선 대학교 성적이 매우 좋아야 한다. 합격생들의 스펙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몇몇 정치학 박사과정들을 기준으로 삼자면 4.0 만점에서 3.8 정도가 합격생 평균 GPA라고 한다(프린스턴, 스탠포드, 시카고 정치학과 홈페이지 참고). 한국대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4.5 만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4.2에 조금 못 미치는 평점이 되겠다. 그러나 이는 합격생들의 전체평균이고, 실제로 탑스쿨 입학에 성공하는 한국대학 출신 지원자들은 대부분 꼭 과탑까진 아니더라도 최우등졸업에 해당하거나 이와 근접한 졸업성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총 평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적표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필자도 학부졸업 이후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서서히 알게 된 부분인데, 박사과정에서 수행할 공부 및 연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학부시절부터 미리 연구방법론, 통계수업 등을 전략적으로 수강하여 좋은 성적을 받은 지원자는 그러지 못한 지원자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입학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가 그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학 수업들을 열심히 수강하고 높은 전체평점만 유지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학부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이후 국내대학원에서 두 학기 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 및 계량적 분석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기본적인 방법론적 훈련을 받았다는 signal을 지원서에 추가하였다).

 

2. GRE 점수

 

 학부성적과 더불어 GRE 시험점수 또한 높아야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처음부터 걸러지지 않는다. 많은 학교들이 자교 박사과정 홈페이지에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격자들을 선발하니 GRE 점수가 낮더라도 지원해 보라라는 취지의 문구를 올리지만, 실제로 GRE 점수가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나머지 서류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팽개친다는 것이 입학준비생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통념이다.

 그리고 탑스쿨 어드미션 위원회들의 합격자 선발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통념들 중 적어도 GRE 점수와 관련된 부분은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 내가 유학과정을 거치며 갖게 된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근 미시간대학교 교육학과의 Julie R. Posselt 교수가 출판한 <Inside Graduate Admissions: Merit, Diversity, and Faculty Gatekeeping>이라는 책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Posselt 교수는 총 세 개의 유수 박사과정 입학위원회의 합격자 선발과정에 관찰자 신분으로 참여하였으며, 다수의 교수들과 익명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필자는 이 책을 직접 완독하진 못했으나 상당히 화제가 된 연구결과인 만큼 각종 기사 등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는데, 다음은 해당연구를 요약하여 소개한 기사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공식적인 GRE 최소합격점수를 설정하고 있는 학과는 별로 없다...그러나 Posselt 교수의 관찰에 따르면 모든 박사과정들은 실질적인 GRE cutoff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학과들이 지원자들에 대한 종합적 평가(holistic review)’를 실시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놀라운 사실이다....

 

많은 입학위원회 교수들은 GRE 점수가 제공하는 간단한 기준 없이는 봐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한 천체물리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학성적은 지원자들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별 쓸모가 없어요. 우리 학과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대체로 이미 너무 성적이 좋아서 변별력이 아예 없기 때문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다른 교수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 바 있다: “내 생각엔 우리 입학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일차적으로 보는 건 GRE 점수에요. 예를 들어, ‘160점 이하 서류는 열어보지도 않겠습니다라고 아예 처음부터 선언하고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보통 이렇게 하면 지원자들의 3분의 2정도는 단숨에 걸러 낼 수 있어요.”

 

- <Inside Graduate Admissions> 책 소개 기사 중에서-

 

 그렇다. GRE 점수가 낮으면 연구역량을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다. 그럼 어느 정도의 점수를 얻어야 할까? 참고로 GRE 시험은 Verbal(170 만점), Quantitative(170 만점), 그리고 Writing(6 만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저조한 Verbal 점수, 예컨대 160점 이하의 점수는 입학위원회로 하여금 해당 지원자가 과연 영어로 된 수업을 이해하고 영어로 글을 쓸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게끔 할 것이다. Quantitative 점수 또한 매우 중요한데...160점 이하는 낮은 점수이며 160-164 정도는 괜찮지만 특별한 플러스 요인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이 학부성적이 비교적 낮거나 추천서 내용 등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165 이상은 받는 게 좋을 것이다. Writing 점수의 경우 학교마다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다. 어떤 학교들은 아예 상관을 안 한다. 그러나 탑스쿨들은 신경을 쓰는 게 보통인데, 이 경우 5.5 이하는 플러스 요인은 아니며, 5.0 이하로 내려가는 순간 이미 입학위원회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비상등이 켜질 것이다.

 

- Nuno P. Monteiro, Yale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물론 몬테이로 교수와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블로그나 교수 홈페이지도 더러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기준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말을 조금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일단 VerbalQuantitative 양 파트에서 160점 이상의 점수를 얻으면 나도 탑스쿨 박사과정에 지원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봐도 좋다. 물론 개인에 따라 지원서의 특별히 부족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요소로 사용하려면 더 높아야 하겠지만....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Gradcafe를 서핑하다 보면 GRE의 영어 섹션, 혹은 수학 섹션에서 150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고 탑스쿨에 입학한 사례들을 아주 드물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후기를 올린 사람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100%의 확률로 다음과 비슷한 경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사례1) Verbal 점수가 150점대이지만, 영문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퍼블리쉬한 경력이 있으며, 그 중 한편은 저명 학술지에 게재된 것임. 

사례2) Quant 점수가 150점대이지만, 학부 때 수학을 부전공하여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였음.

 

 상기 두 가지 경우에는 GRE 점수가 지원자의 진짜 영어실력, 혹은 수학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기에 탑스쿨 입학이 가능했던 것이다. 왜 성공적으로 다수의 영문논문을 출판한 사람이 150점대의 verbal 점수를 얻었는지, 그리고 왜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 150점대의 quant 점수를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일종의 사고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들은 어쨌든 다른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기본적인 언어적/계량적 분석능력을 입증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GRE 점수를 잘 받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일단 특정 수준을 넘기고 나면 조금 더높은 GRE 점수를 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GRE cutoff를 통과했다는 예감이 든다면 일단은 지원서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니 탑스쿨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기를 쓰고 Verbal, Quantitative 양 파트에서 160점 이상의 점수를 달성해 보도록 하자. 다행히도 GRE는 미국 로스쿨 입학자격시험인 LSAT 등과 달리 과거 시험결과 내역이 학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 5회 이내라는 미 교육평가위원회(ETS) 규정만 지킨다면 몇 번을 봐도 입학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1번을 보던 5번을 보던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회차의 결과만을 제출하면 된다. 준비교재 구입 및 시험응시에 많은 돈이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입시결과가 유의미하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시간과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여 두 번째 자릿수를 6으로 만들어 놓자. 그 다음에 지원서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챙긴 후,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다시 GRE로 돌아와서 조금 더 올려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다.

 학점과 GRE 점수 등 정량적 지표검토에서 걸러지지 않은 지원자들은 일단은 어드미션 위원회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원서를 들여다보기로 결정한 ‘long list’에 포함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탑스쿨 특성상 이 long list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지원자의 숫자만 수백명 가량 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어차피 점수 차원에서는 승산이 어느 정도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지원서를 제출했을 테니까...정말 중요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3. 추천서

 

 정량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filtering을 살아남고 정성적 요소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는 순간 지원서에 포함된 3장의 추천서가 매우 중요해진다. 추천서는 입학성공을 크게 좌우하지만 당연히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지원자가 끼칠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다.

 따라서 어떤 분들에게 추천서를 부탁하느냐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정답은 (1) 본인의 연구역량을 최대한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2) 교수님들에게 추천서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어쨌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더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추천서는 지원자가 연구자로서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분에게 부탁해야 한다. 물론 3명의 추천인 모두 지원자를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3명 중 한명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원자의 분석능력, 기존연구에 대한 지식, 비판적 사고력, 이론적 창의성, 글쓰기 실력 등을 조목조목 뒷받침해 줄 수 있다면 입학에 성공할 확률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루뭉술한 칭찬으로 채워진 유명한교수의 추천보다는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로 채워진 초임교수의 추천이 훨씬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쉽게 납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적어도 내 경험상) 한국인 지원자들이 흔히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2)와 관련된 부분이다. , 많은 사람들이 교수를 양성하고자 하는 박사과정에 지원하면서도 학자가 아닌 사람의 추천서가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체로 잘못된 정보로 가득 차있는) 해커스 유학게시판에는 내 추천서를 전직 외교부장관이 써 줄 것이기 때문에 탑스쿨 정치학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의 발언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 지원자들만의 특성은 아닐지 몰라도, 학자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 권력자나 유명인사의 추천에 기대를 거는 유학지망생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

 현실은 과연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미국 교수들의 말을 직접 들어 보도록 하자.

 

입학위원회는 교수들이 써준 추천서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세 명의 교수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수가 아닌 어떤 사람의 추천서를 받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컨대 당신의 전직 상사가 대통령이든, 상원의원이든, 유명기업의 최고경영자든, 우린 그 사람의 추천서는 무시할 것이다. 학자들은 당신이 박사과정에서 성공할 잠재력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해 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다른 학자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대체로 틀림이 없는 생각이다.

 

- Nuno P. Monteiro,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교수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온 추천서는 무시한다. 그 이유는 우리 박사과정이 당신으로부터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 즉 훌륭한 연구를 생산해 내는 능력에 대해 그들은 아무런 유용한 말도 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Chris Blattman, 시카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당신의 보스가 자신이 고용해 본 사람들 중 당신이 최고였다고 말한다? 우린 상관 안 해. 당신의 지휘관이 당신이야말로 자신이 지휘해 본 최고의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너 잘났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기업의 CEO가 당신이 훌륭한 교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라고. 당신의 정치권 인맥이 우리 대학교 이사진 소속 친구에게 당신이 반드시 우리 학과 박사과정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우, 귀찮겠지만 짧은 이메일 한통으로 당신을 왜 불합격시켰는지 설명하면 된다.

 

- Daniel Nexon, 조지타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이쯤 되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미국의 정치학 교수들은 스스로를 정치라는 인간행동의 한 영역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여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정치인, 관료 등을 대부분 성가시고 무식한 존재로 생각하지, 학문의 세계에 대해 어떤 유의미한 통찰이나 평가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데 종사하지 않는 인물로부터 유의미한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당신은 정치학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증거로 비춰질 것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한 사람들 중 한명이다. 본인은 대학졸업 이후 3년 간 공군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하였으며, 그 중 1년 반 가량은 대한민국 합참의장(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의 전담 통역관으로 근무하였다. 통역장교라는 보직의 특성상 한미 양국의 장관, 장군, 혹은 기타 안보정책 관련인사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을 기회가 주어지며, 실제로 많은 통역장교들이 그렇게 함으로써 전역 후 진로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전역이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유학준비를 시작한 후에 교수가 되고자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에 지원하려는 나에게 이러한 분들의 추천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서서히 도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통역장교들은 대체로 스스로 상당히 의미있고 대단한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뭐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모신 분들이 써 주신 추천서가 전역 후 진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책결정자, 국회의원, 군 장성, 경제인의 추천은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서를 요청하는 것은 추천인, 어드미션 위원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진지하게 미국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서는 교수님께 부탁하도록 하자.


4. 학업계획서(Statement of Purpose, SOP)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데 있어 단연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학업계획서(SOP)이다. SOP는 지원자가 정치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무엇을 할 계획인지를 소개하는 간명한 에세이인데, 대부분의 탑스쿨에서는 1000글자 정도(A4 두 페이지)로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SO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급한 SOP를 제출한 지원자는 아무리 지원서의 다른 부분들이 탁월해도 탑스쿨에 입학할 수 없으며, 반대로 훌륭한 SOP를 제출한 지원자는 기타 스펙이 입학생 평균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도 탑스쿨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지원자라면 적어도 대다수의 미국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작성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뛰어난 SOP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어드미션 위원회에서 대체로 지원자들의 전반적인 스펙을 신뢰하기 어려워한다는 데 있다.

 

[본인 또한 미국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캐나다 출신 학자로서] 외국인이 미국의 일류 박사과정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드미션 위원회에서 외국인 학자들이 쓴 추천서를 가지고 당신의 학문적 역량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으며, 당신에게 학위를 준 해외대학이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성적을 배분하는지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Chris Blattman, 시카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미국의 흔한 주립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지원자의 경우만 해도 어드미션 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그들이 알 수도 있는 학자들이 써 준 추천서를 읽게 되고, 그가 받은 졸업성적이 어느 정도로 좋은 것인지도 이미 대충 파악하고 있거나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원하는 사람은 SKY 대학 졸업자조차도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설사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 외국인을 한두명 뽑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해도 미국명문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수많은 외국인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맘 편한, ‘안전한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Possel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드미션 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동아시아 출신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라면 때때로 GRE 점수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조차도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많은 입학위원회 교수들은 자신들이 외국인 학생들의 GRE 점수를 일부러 차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몇몇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시험이라는 것 자체에 더 많은 강조점을 두는 문화권에서 온 서류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어떤 교수들은 많은 중국인 지원자들이 부정행위를 통해 부풀려진 점수를 제출한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인터뷰 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설마 그쪽 국가 학생들의 부정행위(cheating)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죠?”

 

- <Inside Graduate Admissions> 책 소개 기사 중에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굳이 덧붙이자면 그러한 의심을 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한국대학 출신 지원자가 자신의 우수한 학문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최상의, 대체불가능한 창구가 바로 SOP. 어떻게 하면 고급 SOP를 작성할 수 있을까? 정답은 학문적으로 중요한 연구질문(Research Puzzle)을 소개하고 이를 풀어나갈 방향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데 있다.

 

명문 학교에 진학하게 위해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학업계획서(statement of purpose)를 작성해야 합니다. 여기서 사회과학적 연구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능력과 학자적 자질 및 소양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학업계획서를 쓰기 위해서는 학과공부를 통해 기초를 탄탄히 쌓고 세부 관심분야를 찾아 주요저작을 섭렵해야 합니다. 기존연구들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비판적 사고력과 본인만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실력있는 교수님으로부터 개별지도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진로소개 홈페이지 중에서-

 

 미국의 교수들도 좋은 SOP의 핵심은 연구질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학업계획서는....지원자가 정치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곧 유의미한 퍼즐을 소개하고, 이를 기존의 연구들과 접목시킨 후에 향후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그럴싸한말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국제기구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국제기구에 대해 정치학적으로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고로 연구가치가 있는 퍼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그 퍼즐과 관련된 현존하는 연구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그것들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 예정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 Daniel Nexon, 조지타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그런데 Gradcafe 등 미국의 박사과정 입학지망생들이 흔히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합격생들이 흔히 올리는 샘플 SOP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상기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UC Berkeley나 시카고대학 등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학부공부를 마친 사람들이 작성한 SOP들도 그저 이력서에 이미 담겨 있는 내용을 화려한 말로 풀어 쓴 자기소개서의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SOP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일, 컬럼비아, 시카고, MIT 등 일류 박사과정에 합격하여 후배 입학지망생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선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너무 구체적인 연구계획을 작성하면 어드미션 위원회에 편협한 연구자로 비춰져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조언도 발견된다.

 그럼 우리도 그렇게 쓰면 된다는 뜻 아니냐고? 결코 아니다. 다음 코멘트들을 참고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연구 프로포절(research proposal)을 연상시키는 SOP를 제출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예 아무런 연구퍼즐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입학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당신이 학자로서 활동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는 증거를 보기 원하는데, 이는 다름이 아니라 연구질문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정교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 Matthias Staisch, 시카고대학교 국제관계위원회 박사후 연구원-

 

솔직히 말하자면, 어드미션 위원회가 읽게 되는 상당수의 SOP들은 지원자에게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해를 입히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서류로 끝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SOP들은 이런저런 디테일은 다를지 몰라도 결국엔 그 내용 측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다...이유는 많은 지원자들이 SOP를 그저 장황한 이력서 정도로 생각하고, 박사과정에 들어오고 싶은 목적(purpose)을 밝히는 창구라는 점을 간과한다는 것이다....지원자의 과거 삶에 대한 회고록보다는 그가 갖고 있는 어떤 탁월한 아이디어,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 프로젝트 등을 제시하는 것이 어드미션 위원회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 스탠포드 대학교의 “Demystifying the American Graduate Admissions Process” 논문 중에서-

 

 물론 미국의 명문대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지원자는 입학에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해를 입히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SOP를 제출해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과 한국대학 출신 지원자인 당신의 출발점이 같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당신은 아무리 학부성적이나 GRE 성적이 높다 한들 SOP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면 결코 일류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류 SOP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짚어 보도록 하자. 다음 구조는 필자가 유학준비 간 지도를 받은 방향을 반영한 것인데, 당연히 다른 지도교수님 밑에서 조언을 받은 사람은 상이한 구조를 채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준 높은 SOP라면 아래에 포함된 요소들만큼은 모두 담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첫 번째 단락에서는 누차 강조한 연구퍼즐을 제시한다. 물론 탑스쿨 어드미션 위원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훌륭한 연구질문은 지원자 본인이 지도교수님의 조언 및 개인적인 연구를 토대로 알아서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선가 읽은 미국대학 교수에 의하면, ‘탑스쿨 정치학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사회과학적 연구질문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정치학/사회과학적 연구질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만 간략히 보도록 하자.

 

연구질문의 나쁜 예 1): 약소국의 외교정책이 강대국 군사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보고 싶다.

 

 이는 퍼즐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저급한 연구주제다. 일단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라는 표현 자체가 본 문장을 지나치게 broad하고 뜬구름 잡는 문장으로 만들고 있다. ‘방산업체들이 국방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싶다,’ 혹은 세계화와 국제분쟁 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라는 식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좋은 연구질문이라고 볼 수 없다.

 

연구질문의 나쁜 예 2):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대응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는 잘 다듬으면 연구질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장 자체에 미국,’ ‘동아시아등의 고유명사가 등장한다는 데 있다. 물론 정치학자도 특정 국가나 지역에 특화된 연구관심사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은 역사학자나 지역학자의 작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정치라는 영역을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접근하여 일반화될 수 있는 명제(generalizable proposition)를 도출하는 것이 바로 정치학자의 연구목표이다. ‘미국,’ ‘한국,’ ‘동아시아등의 대상들은 결국에는 그러한 명제를 적용하고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럼 좋은 (정치학적) 연구질문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실제 정치학자들이 집필한 연구들에서 모범이 될 만한 예시들을 살펴보자.

 

연구질문의 좋은 예 1): 군사적 위기상황 가운데 두 적국의 지상군이 서로를 주시하고 있는 경우, 억제는 어떠한 조건 하에 실패하는가?

 

- John J. Mearsheimer, <Conventional Deterrence (1983)> 중에서

 

연구질문의 좋은 예 2): 부상하는 강대국은 어떠한 조건 하에 영토분쟁에서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또 어떠한 조건 하에 영토분쟁에서 무력을 사용하는가?

 

- M. Taylor Fravel, <Strong Borders, Secure Nation (2008)> 중에서

 

 당연히 참고할 만한 예시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어쨌든 첫 번째 단락에서는 구체적인 연구질문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왜 학문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2) 두 번째 단락에서는 기존의 literature이 동 질문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주요 주장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것들의 문제점이나 한계를 설명한다. 그런데 앞서 본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의 설명에 나와 있듯이, 여기서는 기존연구들을 섭렵하고 있다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비록 한 단락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지만, 어드미션 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당신보다 정치학 연구를 훨씬 오랫동안 접한 고수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눈에 기존의 주장을 오해하고 있거나 허수아비(straw man)’를 세워놓고 공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당신의 합격가능성에 치명타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당신의 연구질문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헌이라면 단순히 교과서에서 접한 수준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책 한권, 논문 한편이라도 직접 찾아서 꼼꼼히 읽고 기존 연구가들이 정말주장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3) 세 번째 단락에서는 본인이 동 연구질문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인 구상을 제시한다. 이는 명확한 이론적 논리를 동반한 구체적인 가설의 형태로 소개될 수도 있고, 혹은 선행연구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본인만의 이론적/방법론적 각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연구들은 해당 질문을 다루는 데 있어 물질적 세력균형의 역할에 주목해 왔으나, 나는 관념적 요소의 중요성을 000 사례에 대한 000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접근법이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SOP의 핵심부분인 research design이다. 전체 내용의 50~70퍼센트 정도를 이에 할애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4) 네 번째 단락은 자기 자랑이다. 그런데 단순히 이력서에 이미 기재되어 있는 스펙들을 나열하기보다는 과거의 연구경험이나 이론적, 방법론적 훈련을 토대로 앞에서 제시한 수준 높은 연구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5) 마지막 단락에서는 이러한 연구관심사와 배경을 지니고 있는 당신에게 현재 지원하는 학교의 박사과정이 왜 적합한 프로그램인지를 설명한다. 여기서는 본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교수 두세명을 언급하는 것이 보통이며, 해당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구체적인 연구프로젝트 등에 기여하고 싶은 의사를 표명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와 본인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점을 어드미션 위원회에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사과정 지망생들은 이것을 흔히 ‘fit’라고 표현하는데, 탑스쿨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라 할지라도 자교와 fit이 잘 안 맞으면 입학시키기를 꺼려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상기 요소들이 SOP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라면, 들어가지 말아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겠지만, 다음 발언들을 참고하라.

 

당신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는 절대 SOP의 내용에 포함시키지 마라...어드미션 위원회들은 당신이 훌륭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성숙한 지식인라는 신호를 보고 싶은 것이다. ‘바로 그때 저는 박사학위를 얻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당신의 개인적 배경은 적절히 활용하면 당신의 특정 연구질문을 얻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착각하지는 말자....해봤자 20대인 당신의 성장 스토리는 아무래도 우리에게 별로 흥미롭지 않다.

 

Daniel W. Drezner, 터프츠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이상적인 SOP는 학부지원생들이 주로 제출하는, 지난 날의 경험과 역경들을 나열하는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른 글이다. 제발 부탁인데,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된 극적인 스토리로 SOP를 시작하지 마라. 예컨대 정치학을 어떻게 해서 공부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그리고 특히 그것이 어떤 가난한 국가를 방문하는 도중 만나게 된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스토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종류의 내용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식상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 Chris Blattman, 시카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SOP는 당신의 열정이나 개성을 표현하는 전기(biography)가 아니다. ‘000 대학 정치학과의 세계적인 교수진과 연구자원에 힘입어 훌륭한 학자로 거듭나고 싶습니다등의 말도 소중한 공간만 낭비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용이다. 어드미션 커미티에서는 오로지 당신이 우수한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자교의 학과에서 그런 연구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있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신이 한국대학(또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대학) 출신 지원자라면 결국엔 SOP가 당신의 탑스쿨 입학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계신 훌륭한 지도교수님의 조언을 받으며, 밤낮으로 주요 출판사에서 나온 서적 및 탑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들과 씨름하면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SOP를 발전시켜야 한다.

 

5. 라이팅 샘플(Writing Sample)

 

 대다수의 탑스쿨들은 지원자의 논문작성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15-25페이지 정도 분량의 라이팅 샘플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보통 미국대학 출신 지원자들은 학부졸업논문의 일부, 혹은 term paper 중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제출한다. 필자의 경험상 한국의 대학에서는 학부수준에서 진지한 연구논문을 작성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각자가 알아서 자신이 쓴 글 중 가장 퀄리티가 높은 것을 잘 다듬어서 제출하길....

 그런데 결국 미국 탑스쿨의 입학위원회에서 가장 중점을 보고 들여다보는 정성적 지표는 SOP와 추천서다. 심지어 US News and World Reports의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 전체순위 상에서는 매년 1위를 놓치지 않는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아예 라이팅 샘플을 제출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입학위원회의 관점에서 라이팅 샘플이 SOP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다음 코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라이팅 샘플을 준비하라. 그러나 이는 꼭 당신이 제시한 연구질문과 관련된 것일 필요는 없으며, 정치학 페이퍼가 아닌 경우도 흔하다. 어드미션 위원회에서는 라이팅 샘플에서 당신이 특정 주제에 관한 지식을 섭렵했다는 증거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제를 선정하고 명확한 입장을 정한 후 일관되게 끌고 나가는 기본적인 능력이다. 논리적으로 탄탄한 주장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하고, 그것이 다른 주장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라...그리고 어드미션 위원회에서 15장 정도만을 읽을 것을 가정하고 제출하라. 그 이상 읽어 줄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Nuno P. Monteiro,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분명한 것은 라이팅 샘플이 꼭 퍼블리시된 논문이라거나, 유명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영어로) 학문적인 글을 작성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라이팅 샘플의 주된 목적이다.


6. 유명 장학재단의 지원

 

 앞서 설명한 5가지가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위한 요건으로 흔히 소개되는 주요 항목들이다. 그러나 한국대학 출신 지원자가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에 안정적으로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갖춰야 할 요건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외부 장학재단의 지원이다.

 잠깐, 그런데 미국 유수 박사과정들은 재학생 전원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렇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선뜻 합격시켜 주기가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유수 대학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박사과정 학생 한명 당 학교가 일 년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번 확인해 보라. 필자가 아는 바로는 대충 잡아도 1년에 6만 달러 정도가 소요되며, 학교에 따라 더 많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카고대학의 경우에는 연7만 달러 이상). 통상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5년이 걸린다고 치면, 한 학생에게 최소 30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하였듯이, 외국인 박사과정 지망생들은 기본적으로 미국 대학원들의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큰 지원자들이다. 당신 같으면 그러한 사람에게 5년 간 30만 달러를 투자하며 공부를 시키기로 결정하는 것이 쉽겠는가?

 여기서 외부 장학재단의 후원이 중요해진다. 물론 이것을 미국 탑스쿨 보증수표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유명 장학재단이 박사과정 기간 내내 당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책임지겠다는 보증을 해 준다면 어드미션 커미티 입장에서는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당신의 지원서를 검토해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국내대학 졸업생이 외부재단의 지원 없이 미국 탑스쿨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필자도 그런 사람을 한두명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문/사회계열에서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며, 미국 일류 박사과정 입학생들의 절대다수는 유명 장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유학길에 오르고 있다.

 국내대학 출신 인문/사회과학 계열 전공자가 지원 전에 받을 수 있는(고로 입학과정 중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미국 박사유학 장학금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1)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해외유학장학금: 단연 국내 최고의 미국 박사유학 장학 프로그램이다. 지원액수도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자의 경우에는 학비, 보험료, 생활비 전액으로 가장 많으며, 오랜 기간 미국의 유수 대학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오늘날에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장학생에게는 학위 취득 후 귀국해야 한다는 등의 일체의 의무조항이 부과되지 않으며,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할 것이 요구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선발된 해에 바로 지원할 필요는 없으며, 심지어 일단 한번 선발되면 혹여나 재수(삼수? 사수?)를 하게 되더라도 장학생 신분이 원칙적으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또한 유학준비 지원 차원에서 선발된 시점부터 출국 전까지 1년 간 소정의 장학금이 지급된다(wow....). 그리고 현재는 장학생 선발을 중단한 삼성장학금과 달리 매년 이공계가 아닌 사회과학계열 전공자를 가장 많이 선발하고 있다는 것 또한 정치학 전공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2)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 미국 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알아보게 되는, 미 국무부 주관으로 1946년부터 지급되고 있는 장학금이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로서의 이력은 학자의 커리어에 있어 상당한 명예로 여겨진다(필자가 학부생 당시 자신이 젊은 시절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었던 사실을 수업시간 때 종종 학생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을 즐겨하시던 노교수님 한분이 계셨다). 그러나 학위취득 후 2년 간 미국에서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데, 이는 적어도 한국과 같이 웬만큼 먹고 사는 나라들에서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인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가장 큰 취업시장인 미국 학계의 문이 커리어 초반부터 2년씩이나 닫혀 버린다는 것이 그리 달가운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모국으로 돌아와야 할 의무는 없다는 사실이다. 학위취득 이후 2년 간 미국을 떠나 있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꼭 미국대학 교수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대다수의 유학지망생들에게는 상당히 훌륭한 장학프로그램이다.

 

 상기 두 가지 장학금 외에도 국비유학 장학금, 일주장학금 등 다른 프로그램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두 재단들만큼 많은 명문대 박사유학생을 배출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중요한 건 필자가 잘 모르는 프로그램들이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검색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물론 유명 재단의 해외유학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 아무리 어려울지언정 미국 유수 박사과정 합격보다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후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학부 졸업생들을 비롯한 전 세계 수재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KFAS나 풀브라이트 등 유명 장학재단들에 선발되는 인원들은 특정 해에 한국에서 미국 박사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가장 명문대 진학에 성공할 만한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탑스쿨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상기 요건들을 전부 완벽히 충족시키더라도 탑스쿨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 단지 어드미션 커미티에서 입학제의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short list에 들어가는 특혜를 얻을 뿐이다. 앞서 Daniel Nexon 교수님의 말씀에서 보았듯이, 미국 탑스쿨 입학위원회들은 이 short list만 가지고도 아무런 흠잡을 데가 없는’ entering class를 두세번은 편성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결국 short list에 포함된 특정 인원이 실제로 입학제의를 받느냐 마느냐는 당해 어드미션 위원회가 어떤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현재 해당 학과에서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세부분야가 무엇인지, 그리고 심지어는 학과 내 기존 재학생들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예를 들어, 내가 핵무기 확산의 원인을 연구하겠다고 하는데 해당 학교에서 이미 동 주제를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으로 연구하고 있는 박사후보생이 있는 경우?) 등 지원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여러 변수들에 의해 좌우된다.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갖춘 지원자가 본인의 연구관심사 및 방법론적 선호와 fit이 잘 맞는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학교에 지원하는 경우 합격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불확실성은 항시 존재하므로, 진지하게 미국 박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여러 학교에 원서를 넣는 것이 좋다. 또한 재수를 할 의향이 아예 없다면 탑스쿨들 뿐만이 아닌 여러 의 학교에 골고루 지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통상 10개에서 15개 학교에 원서를 넣으며, 20개씩 지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무려 40개 학교에 지원한 서울대생도 있었다고 한다(개인적으로 이건 조금 오버라고 생각하지만, 왜 그랬는지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답변을 마무리하며 덧붙이자면, 미국 박사과정 지원과정은 여러모로 국내의 대기업 취업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 진지하게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히 20~40개 기업에 원서를 넣는다. 물론 마음속으로 삼성에 붙었으면 좋겠다,’ ‘LG에 합격하면 좋겠다등의 희망을 가져 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지원한 대기업 중 한 군데에서라도 합격통보를 받게 되면 보통은 매우 성공적인 취업으로 간주된다. 미국 박사과정 지원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000 학교에 가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품는 것은 자유이지만, 특정 드림스쿨에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집념만 가지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본인이 만족스럽게 진학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후보학교 10~20개 중 한 군데에서라도 입학제의를 받게 된다면 유학준비생으로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공유하고 싶었던 주요 정보는 여기까지. 이하 내용에서는 본인이 접해본 기타 질문들, 혹은 필자가 유학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었던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소견을 끼적여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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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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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talan 2017.08.18 0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움되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풀브라이트 2년 귀국조항이 미국을 떠나있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가요? 어디는 무조건 귀국이다, 어디는 미국만 나가있으면 된다, 어디는 코스웍 끝나고 한국에서 논문쓰면서 떼울 수도 있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많아서요... 정확한 정보와 출처를 혹시 같이 주실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Л 2017.08.23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미국을 떠나 있기만 해도 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귀국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자국 내 거주' 2년이 의무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니 이민아, <지금 알려줄게요 미국대학원> (푸른들녘, 2017)을 참고하십시오 ^^

  2. 2019.01.01 0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Q1: 미국 박사과정에는 어떤 사람들이 진학하나?

 

A: 답은 매우 간단하다. 미국의 박사과정은 대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진학하며, 그것을 명시적으로 목표하는 사람에게만 입학을 허가한다. 이는 진지하게 미국 박사과정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국적인 분위기에서 박사들을 상대해 온 사람에게는 약간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미국 탑스쿨들이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자교 박사과정의 목적을 교수 양성으로 한정짓고 있는지 실제 미국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의 발언을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자.

 

[입학에 필요한 학업계획서 작성 시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본인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이유가 다름 아닌 교수가 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너무나도 많은 지원자들이 여기서부터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교수가 되겠다는 커리어적 목표를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단순히 지식을 위한 지식만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당신이 만일 정부나 공공정책 분야에서의 진로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정부, 싱크탱크 등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직책에 종사하는 인물들의 학력을 한번 알아보라. 그들 중 극소수만이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왜냐고? 그러한 직종에 적합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석사학위만 가지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 Matthias Staisch, 시카고대학교 국제관계위원회 박사후 연구원-

 

당신이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유일한 동기는 정치학 교수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행복하고 생산적인 인생을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신념이어야만 한다....박사학위 취득은 그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커리어 외 다른 커리어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낭비적인 절차이며,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커리어는 대학교수뿐이다....정부, 국제기구, NGO 등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냥 석사학위를 취득하거나 바로 취업을 하라.

 

- Nuno P. Monteiro,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박사과정의 지배적인 목적은 교수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학원이라는 환경 자체가 마치 사이비 종교마냥 구성원들에게 교수직만을 꿈꿔야 한다고 세뇌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처음 박사과정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국방부에서 일할 생각도 있다던 학생이 5년 뒤 졸업할 때 즈음에는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객원교수 자리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 Daniel W. Drezner, 터프츠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동일한 취지의 발언들은 찾아보면 무수히 많지만, 이 정도만 봐도 대충 느낌은 올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박사과정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박사과정이란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학위과정이다. 학교들 또한 자교 박사과정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몇 명의 졸업생들이 정년트랙 교수직(tenure-track position)을 얻었는지를 주된 척도로 삼는다. 교수가 되는 것이 당신의 커리어 목표가 아니라면 미국 박사유학이 본인에게 적합한 길인지를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모든 사람이 교수직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그러하다. 여기서 다음 질문이 중요해지는데....

 

Q2: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싶다. 어떤 학교를 가야 하나?

 

A: 대학원의 세계에 대해 조금아는 사람들이 종종 되풀이하는 말이 있는데, ‘박사과정은 학교의 순위나 명성보다는 지도교수를 보고 가야 한다는 통념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는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중요한 조건들에 심각한 결함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는 학생 개인의 세부적인 관심분야나 연구질문에 대해 가장 심도있고 자상한 지도를 해 줄 수 있는 교수진을 갖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최선일 테니까.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훨씬 더 복잡한 현실의 일부만을 반영하고 있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 발언들을 곱씹어 보자.

 

만일 당신이 top-20위권 안에 드는 과정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나는 솔직히 양심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라고 권할 수 없다.

 

- Daniel W. Drezner, 터프츠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갖고 들어온 가장 큰 착각은 프로그램 랭킹과 관련된 것이었다....나는 탑스쿨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는 일류 연구중심대학교(R1 University) 교수직은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작은 주립대학교나 리버럴아츠 대학 정도에서 가르치는 것도 위치만 괜찮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으며, 학위취득 후 그 정도 자리는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다.

 

R1 대학들에서의 정년트랙 교수자리는 매우 드물게 열리며, 열리는 순간 극소수의 탑스쿨 스타졸업생들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모든 대학교들의 정년트랙 교수직은 탑스쿨에서 박사학위를 얻은 [스타가 아닌] 졸업생들과 다른 학교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조교수들에게 분배된다.

 

탑스쿨이 아닌 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나 같은 사람들은 정말이지 아무런 자리라도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해당 자리가 우리 마음에 들던 말던...예를 들어, 작년 Arkansas Tech의 미국정치 세부전공 오프닝에만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우리 중 몇 명은 외딴 시골의 전문대에서 가르치게 되는 행운을 얻을지도 모른다. 나머지는 뭘 하냐고? 소식이 끊기는 게 보통이지만 페이스북과 입소문에 따르면 전업주부, 요가강사, 고등학교 비정규직 교사 등이 된다고 한다.

 

- 어느 5년차 박사과정 학생-

 

예컨대 [정치학 명문인]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의 지원서는 거의 모든 대학의 채용위원회에서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top-25위권 밖에 있는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의 지원서는 서류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을 확률이 높다.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섣불리 교수가 되고자 대학원에 가려는 마음을 먹기 전에 이러한 사실을 뇌리에 단단히 새겨라.

 

- 어느 익명의 정치학 교수-

 

 20152<Slate>지에 실린 The Academy’s Dirty Secret라는 기사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아래 내용은 핵심부분만 요약하여 옮겨온 것이다.

 

<Science Advances>지에 게재된 한 최신연구는 북미 242개 대학의 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 그리고 역사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는 16000명의 교수들을 상대로 실시되었다...동 연구에 따르면 18개의 엘리트 학교들이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고 있으며, 경영학 교수들의 절반은 16개 탑스쿨에서, 역사학 교수들의 절반은 8개 탑스쿨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탑스쿨들 내에서도 차이는 극심하다...예를 들어 역사학의 경우 분야랭킹 탑10 안에 드는 학교들이 11위에서 20위권 학교들보다 세 배나 많은 교수들을 배출한다....

 

현실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순위가 낮은 대학들이 명문대 교수진을 모방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자교의 평판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탑스쿨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을 교수로 임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학교들이 교수직 지원자들을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력이란 것은 그 특성상 정의하거나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테뉴어 시스템 하에서는 교육기관이 한번 교수를 채용하면 해당인물과 40년 가량 함께해야 할지도 모른다...너무나도 많은 비용과 불확실성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는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안전한선택일 수 있다...

 

이유가 어찌됐건 교수가 되고자 하는 수많은 박사들에게 이는 잔인한 현실로 다가온다...예를 들어 2011년에 퍼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Robert Oprisko씨는 다수의 학술상, 퍼블리케이션 경력 및 단행본 출판 계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utler 대학교에서의 1년짜리 객원조교수 자리밖에 얻지 못했다...이에 반해 아이비리그 학교인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Oprisko씨의 친구는 엘리트 박사후연구원 과정 및 교수채용 기회를 얻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Oprisko씨에 의하면 그는 성격은 괜찮지만 자신에 비해 내세울 실적은 별로 없는 인물이다.

 

최근 Oprisko씨는 몇 년 전 Indiana 주립대에서 취득한 정치학 석사학위는 아예 이력서에 기재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수많은 선배들이 학계취업을 위해서는 채용위원회 인원들의 머릿속에 순위가 낮은 대학교와 연관지어질 바에야 해당 2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Oprisko씨 본인이 미국 전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3,709명의 정치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그들 중 50퍼센트 이상은 탑11위 안에 드는 박사과정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 대학교가 1위로 그들 중 239명을 배출했으며, 퍼듀 대학 출신은 10명에 불과했다...

 

[학위수여학교 자체의 순위는 낮지만 유명한 지도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실도] 오늘날 학계에서는 교수직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선도한 과학자 중 한명인 David Haussler 교수의 제자로서 UC Santa Cruz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Adam Siepel 교수는 Haussler 교수 밑에서 공부하기 위해 더 순위가 높은 학교들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UC Santa Cruz에 진학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는 당시 취업경쟁이 요즘만큼 치열했더라면 이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20152<Slate> 기사 중에서-

 

 조금 감이 오는가? 세상에는 수천 개의 대학교들이 있지만, 박사학위 소지자의 수는 그보다도 훨씬 많다. 시간과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가치가 불분명한 잡음이 난무하는 동시에 믿을만한 신호는 별로 없는(high-noise, low-signal) 상황에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평가해야 하는 모든 대학의 채용위원회들은 해당 분야의 명문학교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건 대부분 미국 학계의 얘기 아니냐고? 뭐 그렇긴 하다....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에 돌아올 계획이라면 약간은 다른 환경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정확히 어떻게, 어느 정도로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더욱 국제화되고 유학기회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학계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한 현상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 아직까지 미국 박사학위 자체에 붙는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살아있다고 치더라도(사실 더 이상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과연 언제까지 그러하겠는가?

 그리고 설사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더라도 본인이 현재 마음에 둔 특정 지도교수를 염두에 두고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추후에 잘못된 선택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설명을 참고해 보자.

 

‘X 교수 밑에서 공부하고 싶어서특정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은 피하라...이는 당신의 연구관심사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극히 드물다), 그리고 당신이 마음에 둔 그 한명의 지도교수가 친절하고 배려깊은 사람일 것이라는 가정(이 또한 드물다) 위에 세워진 잘못된 선택이다.

 

- 어느 익명의 정치학 교수-

 

 그럼 특정 학교의 랭킹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US News and World Reports에서 정기적으로 내놓는 순위들이 자주 거론되며, 필자가 연구하는 국제관계 세부전공의 경우 College of William & Mary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TRIPS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탑스쿨을 논할 때 단순히 이러한 지표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교들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학과의 전체순위와는 별개로 특정 연구주제나 이론적/방법론적 접근법을 다루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는 평판이나 인식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US News 등의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평가결과들은 상당히 가변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는 특정 학교가 학계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쉽게 바뀌지 않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상기 기사의 Oprisko씨가 언급한 유펜(UPenn) 정치학과만 해도 2013US News and World Reports의 정치학 박사과정 평가발표에서는 28위에 그치는 기관이었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비슷한 시기에 Keren Yarhi-Milo(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와 같은 젊은 스타교수들을 배출하였으며, 상당히 우수한 교수진과 학문적 자원을 갖춘 정치학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기준으로 탑스쿨과 탑스쿨이 아닌 학교를 구분할 수 있는가?

 

적어도 탑25안에 드는 박사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많이들 강조한다. 당연히 스탠포드는 이에 해당하고, 퍼듀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객관적인 순위를 묻는다면, 그냥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가 탑25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면, 이는 곧 탑25가 아니라는 뜻이다.

 

- 어느 익명의 정치학 교수-

 

 조금 애매한 말이지만, 각종 평가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순위만 가지고는 측정하기 어려운 전공분야 내 네임벨류,’ 전통, 평판 등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연히 본인의 연구관심사와 전혀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학교에 무턱대고 순위나 네임벨류만 보고 진학하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다. 이는 불행한 대학원 생활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다(물론 해당학교가 탑스쿨이라면 애초에 이 정도로 자교 프로그램과 fit이 안 맞는 사람을 합격시킬 가능성도 낮지만...).


 상기 고려사항들을 종합해 볼 때, ‘어떤 학교의 박사과정에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다음과 같다: (1) 본인의 연구관심사와 관련하여 훌륭한 지도를 선사해 줄 수 있는 교수진을 갖춘 학교들 중에서 (2) 본인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뛰어난 명성과 전통, 랭킹을 자랑하는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한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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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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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mm 2018.03.15 0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25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t25를 언급한 익명의 교수는 분명한 기준을 내놓으라는 그래드카페 회원들에 열망;에 결국 어떤 리스트를 줍니다. 아래가 그 리스트입니다. 이 리포트는 2008년에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거의 10년간 학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uc davis, u texas, upenn의 도약 등)

    Here's the best that I can tell of unambiguously top 25 political science PhD programs. These will show up in any list of top programs. Some rankings rank based on faculty productivity, which is not what you're looking for here: you want strength or "reputation" of department, a rather amorphous concept. Notice there are fewer than 25. That's because in any list, numbers 20-25 are really up for dispute. I've grouped them by "type" of school. These are in no way ranked, and I may have forgotten one or two.

    IVY

    Harvard

    Yale

    Princeton

    Columbia

    Cornell

     

    IVY-LIKE PRIVATE (these schools, curiously, are often very technical)

    Stanford

    Chicago

    MIT

    Duke

    NYU

    Rochester

    Emory

    WashU

     

    CALIFORNIA

    Berkeley

    UCLA

    UCSD

     

    BIG STATE

    Michigan

    Ohio State

    Wisconsin

     

    Are there very very good schools that I've left off, places like Northwestern, UNC, Binghamton, Houston, Rice, Stony Brook, Irvine, Indiana, Georgetown, Iowa, A+M, FSU, etc.? Absolutely. These schools sometimes do place students in good jobs. But it's rare, and you should understand this. I don't think that you should choose such lower ranked schools over any of unambiguous top 25s above. And I'm sure that you should not pay to go to graduate school in these other departments.

    I hope this helps."

 '공부로 탈조선' 칼럼에 귀중한 외부 필진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정치학을 공부하시는 변형준(Josh Byun) 선생님이십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고, 2017년 가을학기부터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십니다. 국제정치학계의 샛별로 거듭날 변선생님의 솔직담백한 탈조선기(記)를 이 공간에 게재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후배 연구자 한명이라도" 더 챙기고자 하는 마음에 크게 감명 받기도 했고요.

그러면 같이 읽어 볼까요?

 

 길고 험난했던 어드미션 과정이 드디어 마무리되어, 다행히 학부생 시절부터 진학을 꿈꾸었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으로부터 입학제의를 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본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지난 몇 년 간 박사입학을 준비하며 흡수한 방대한 정보가 어드미션이 끝났다고 해서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박사과정 유학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양질의 정보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경험과 접목시켜 서술한 이하 내용이 누군가에게 대략적인 준비방향을 구상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문을 읽기에 앞서 다음 사항들을 염두에 두도록 합시다.

 

1) 본 글은 사회과학, 그리고 특히 정치학 분야 미국 박사과정 입학준비에 주로 해당하는 내용을 위주로 작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학, 행정학, 심리학 등 기타 사회과학 분야 박사유학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통상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다른 전공(역사학, 인류학 등) 지원자에게도 일부 적용되는 내용일 수 있어요.

2) 소위 말하는 ‘top school’들의 박사과정 입학에 필요한 요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하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입학이 가능한 보급형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 미국 박사유학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해당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과 학문적 자원을 갖춘 유수과정에 어떻게 하면 입학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궁금해 할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보다 가치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에서 학부과정을 나온 유학지망생을 주된 대상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미국 박사과정 지원요건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글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많지만, 한국대학 출신 지원자에게 특화된 설명글은 많이 없습니다. 굳이 이렇게 구분을 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본문을 읽다 보면 드러날 것입니다.

4) 시간관계상 문서 내 인용한 자료들의 구체적인 출처를 마치 논문을 쓰듯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인용한 영어원문도 대충 제가 전달하고 싶은 포인트에 맞춰 졸속으로 번역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이런 정보/주장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제게 따로 연락을 하던지, 구글의 힘을 빌릴 것을 권합니다.

5) 여느 글이 그러하듯 아래 내용도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느낌, 주관적 판단 등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니 그 가치는 독자가 다른 여러 가지 정보와의 비교를 토대로 알아서 평가하길 바랍니다.

 

본문은 작성자의 편의를 위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서술하였습니다. 존칭 등도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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