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평/냉전연구2014. 10. 28. 16:36

 이 책은 냉전아시아’, ‘신중국6·25전쟁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다룬 11편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여기 실린 글들이 각각 다룬 주제, 자료, 논리는 결코 같다고 할 순 없지만, 공간적으로는 아시아를 시간적으로는 1949~1953년의 기간을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한편 평자는 지난 봄 같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1부에 초점을 맞추어 재독했다. 재론하겠지만, 1부는 신중국국민 만들기(주체형성)’ 또는 국민동원과 그 이데올로기에 주목한 글이 대종을 이뤘다. 평자는 그러한 서술을 살펴봄으로써 당시 중공, 특히 마오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의 생각과 논리를 일부나마 확인하고자 했다.

 

 구성의 측면에서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백원담의 서론은 책의 전반적인 논지와 성격을 강하게 규정지으려고 하였다. 그는 현란한 어휘를 통해 냉전6·25전쟁의 아시아적맥락을 부각시키고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어 1부와 2부는 각각 5편의 글을 담았다. 전자는 중국대륙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담론분석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당대 행해진 운동과 그 논리를 서술한 것이다. 반면 후자는 중국 국내외의 주변부의 역사를 천착하였다. 따라서 2부가 1부보다는 이 책의 원래 취지에 좀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서론에서 확인한 바, 이 책의 핵심적인 취지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냉전아시아적맥락을 파악하여 서구 중심적(이분법적)냉전인식을 지양·탈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탈식민냉전적자장(磁場) 위에서 전개됐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한편으로 아시아주변부냉전신중국이라는 이중의 요인(또는 압력)에 대응해야 했다. 그렇다면 곧바로 신중국(아시아의)‘주변부의 관계는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가 떠오른다. 현재 아시아의 문화냉전에 관한 연구는 걸음마 단계이다. 자료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의 확보에서부터, 그렇게 그려진 아시아를 읽어내고 더욱 풍부한 해석을 제공하는 데까지 가야할 길이 꽤나 멀다. 그렇다고 해서 대국굴기에 힘입은 중국 연구자가 관변적논조, 즉 마오를 격찬하거나 오늘날 중국의 외교정책을 정당화하는 서술을 통해 냉전아시아적맥락을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요리하도록 좌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평자는 2부의 글이 1부에 실린 글보다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평자는 1부를 보려 하는가? 우리가 1부의 글을 발전적으로 해체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1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론에 드러난 책의 취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론은 다음과 같이 6·25전쟁을 정의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중과 전후 미국의 세계지배전략과 이에 대응한 소련의 피압박민족해방운동에 점철된 자기이해관철방식의 충돌이 야기해낸 강권적 역사현실에 대한 주체적 극복경로이자 근대적 국민국가 형성 기획의 각축.” 독자는 이 구절에서 ·소의 영향력 속에서 전개된 아시아 제국(諸國)의 주체성을 다루겠다는 공편자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핵심은 아시아의 주체성이다. 이어 저자는 흡사 마오의 중간지대론에서 빌려온 것 마냥 4분화된 도식을 제공한다. ‘소비에트화/(민족화/반공주의)/아메리카화가 바로 그것인데, 기존의 냉전적 시각에서 괄호 안에 있던 수동적인 아시아를 드러내어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이다. 공편자는 책의 취지를 물화시키기 위해 중국의 6·25전쟁 경험을 분석하고 중국이라는 장소가 지닌 다양한 성격을 추출하며 문화적 차원에 주목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평자는 이러한 취지가 기존의 시각에 균열을 내고 다원화의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인정한다. 그러나 아시아와 중국 간의 경계설정은 모호하다. 그러한 모호함이 역사상을 잘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간 간과돼왔던 아시아주체성’(모택동사상의 반근대적 근대기획 등)을 웅변하기 위해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인지는 의문이 들었다.[각주:1] 더하여 이 도식은 상당히 국가주의적이다.

 

 서론에서 제시한 이 책의 취지를 염두에 두고, 1부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보자. 이남주는 전판 운동’(19511) 산판 운동’(12)의 급진화를 소재로 중공이 인민민주독재의 일정을 앞당기는 모습을 살폈다. 청카이의 글은 평화서명운동의 중국화’, 항미원조운동으로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신중국의 선택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임우경의 글은 냉전적 국민으로 변화해가는 중국 인민의 모습을, 허지시엔은 1950년대 주창됐던 신애국주의 운동을 통해 중국적 주체의 형성과정을 추적하였다. 마지막으로 허하오는 마헝창 소조(馬恒昌 小組)라는 특이한 사례를 통해 중국의 노동국민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렇다면 1부를 꿰는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독자는 1부의 서술을 통해 짧게는 1949~1953, 길게는 1949~1960년대의 기간까지 중국 본토의 운동사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시기에 운동의 주체인 중국국민이 빚어졌고, 중국사회의 성격이 바뀌어갔다. 둘째, 그러한 선전, 교육, 동원의 구성과 내용을 국민(또는 주체)형성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현실사회주의 사회에서 운동은 곧 새로운 인간형의 창출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중공은 국민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그들의 세계관을 바꾸어야 했다. 참전은 그러한 중공의 기획을 가속화시키는 계기이자 결과였다. 적어도 공식서사에서는 항일반미로 대체됐고, 국민에 대한 갖가지 요구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부과됐다. 저자들에 따르면, 공론장은 사라졌고 중앙과 어긋나는 목소리와 기억은 공적인 영역에서 추방됐다. 셋째, 중국인 연구자에게 해당되는 부분으로 중공 지도부에 대한 찬양 및 해석상의 무리수를 들 수 있다. 허하오의 글이 대표적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 노동자들은 중국 사회구조의 논리맥락에 입각하여 특정 시기의 역사적 어려움을 전복시켰고, 중국 공산당의 이론 구조를 받아들였다.도무지 실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더하여 오늘날 G2로 급부상한 중국의 시원을 건국으로 파악하다보니 저자들은 자연스레 당시 지도부의 이론이나 세계인식을 추인(追認)한 셈이다. 맹자를 인용하는 부분에서 평자는 당혹스러움마저 느꼈다.

 

 세 번째 모습은 저자들의 존재구속성(외재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보건대, 첫째, 본토에서 학술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선사하는 당을 도외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례로, 주지안롱의 체포를 들 수 있다. 둘째, 그러한 속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비-서구적인 어떠한 설명방식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지 모른다. 즉 그들이 처한 물적 구조가 중국의 역사적 우월함을 되풀이하도록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냉전문화아시아적관점에 입각하여 재확인하는 작업은 우선 양적 축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적냉전의 특수성을 일반화하기엔 이르지 않은가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한편으로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추가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아시아중국이었는가? 냉전의 아시아적특수성/중층성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공저자들은 지역을 얘기했는데, 그 결과는 국민국가의 탄생인 이유가 무엇인가? ‘신민주주의인민민주전정의 관계는 무엇인가? . 이러한 질문에 답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아시아적냉전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물론 백원담은 다섯 가지 이유(①냉전의 아시아적 기원(분할점령과 신중국 탄생) ②냉전의 실질적 체제화 ③냉전의 구도가 아시아에서 미중 중심으로 중첩적으로 재구성됨 ④아시아에서 냉전은 아시아 지역화의 기획으로 탈냉전의 구도를 일찌감치 형성했음 ⑤냉전의 문화심리구조가 계급적 아비투스로 공고화됐음)를 들어 6·25전쟁과 중국 간의 상관관계 및 이후의 역사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자는 ①, ②, ③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면서도, ④와 ⑤에 관해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시아 지역화의 기획’은 대체 무엇이었으며, 그것은 어떠한 ‘탈냉전’의 구도를 지녔나? 또는 ‘계급적 아비투스’의 실체는 무엇이었나? 그것의 담지주체는 누구였나? 등의 의문이 들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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