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09.11 Mina Josephine Moore-Rinvolucri(1902-1991)
  2. 2017.07.08 2017년 7월 8일
  3. 2017.05.05 2017년 5월 5일
  4. 2017.03.29 공부로 탈조선 - 15 (공부로 탈조선 10계명) (2)
자료/弔意2017. 9. 11. 17:05

역사가라는 직업의 매력은 심오하다고 인정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평범한 수준에서 역사가 작동하는지를 아는 데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상하거나 사실주의적인 시야를 가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사물들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있다. 

폴 벤느, 이상길 김현경 옮김,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 (새물결, 2004), 178쪽. 


영역은 Mina Josephine Moore-Rinvolucri(1902-1991) 박사가 1984년에 했다. 고 무어-린볼루크리 여사는 리버풀, 켄싱턴 출신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했고, 1934년 툴루즈 대학에서 버나드 쇼 연구로 박사학위를, 1936년 프랑스 학술원에서 명예노동훈장 적색장(Medaille de vermeil)을 받았다. 전후에는 리버풀 대학에서 외국어교육학 학위과정을 만드는 과업을 수행했고, 이후에도 계속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다. "그녀의 글쓰기에선 언제나 진중한 학문적 태도와 성찰이 배어 나왔지만, 동시에 그녀는 천부적으로 아주 친절하고 너그럽고 매력적이며 익살스러웠다. 그녀의 서평에 또는 그녀의 친구와 동료, 학생을 대할 때, 그들 일부에게는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보였을지라도, 악의적이거나 파괴적인 비판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불편한 경험이었다." 

부고는 <Compare> 22권, 1호 (1992)에 제리 보한(Jerry E. Vaughan) 박사가 썼다.

Posted by 사용자 Л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생각2017. 7. 8. 08:37

최근 두 편의 글을 읽었다. 백승욱의 <생각하는 마르크스>와 폴 벤느의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에 실린 부록 "역사학을 혁신한 푸코"가 바로 그것이었다. 전자의 책에선 적어도 3개의 오타를 발견했고, 후자에서도 1개의 오타를 발견했다. 전체적인 논지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전자는 저자의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였고, 후자는 푸코의 역사학에 대한 역시 저자 나름의 이해였다. 얻을 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는 텍스트 자체의 미진함보다는 내 독해 실력의 부족에 기인한 바겠고.

 공통된 바는, 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을 읽어내라, 정도가 될 듯 하다. 마크 비버(Mark Bevir)가 주문했듯, 본질주의와 환원주의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연습해 가는 나에게 예의 공통된 바는 익숙한 것이었다. "실천이란 특정한 습속들/실천들[에서]의 대상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푸코가 주는 큰 가르침이라고 폴 벤느는 설명하였다. (번역은 지금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형이 다시 해준 것이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관계를 중심에 두고 역사를 써내려 갈 내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문구라고 받아들였다.

 실천을 포착하라는 요청은 예전부터 줄곧 들어 왔다. 정작 그걸 하기가 힘들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작이 잘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설령 그런 역작을 쓴다 하더라도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다. 아니, 오히려 돈을 벌려면 그런 역작보다는 돈이 되는 역작을 써야 한다. 난 돈을 벌고 싶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싶다. 이는 무척이나 큰 꿈으로 들리는데, 세상이 이미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버드니 어디를 나와도 쉽게 교수가 될 수 있던 그런 시대는 역사의 저편으로 치워졌다. 이제는 이전보다 더한 경쟁과 자본, 좀 더 정확히는 학과에 기채용된 교수들과 대학을 다스리는 이들의 구미에 우리 자신을 끼워 맞출 일이 남은 셈이다.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7월 16일  (0) 2017.07.16
2017년 7월 9일  (0) 2017.07.09
2017년 7월 8일  (0) 2017.07.08
2017년 5월 23일  (0) 2017.05.22
2017년 5월 6일  (0) 2017.05.06
2017년 5월 5일  (0) 2017.05.05
Posted by 사용자 Л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생각2017. 5. 5. 10:43

 한동안 이 '생각'을 이용하지 않았다. 4월 초까지는 문서에 하루하루의 일과를 적어 넣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만 두었다.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탈리아인 친구인 이본을 배웅하러 프란치스카와 셋이 아르쬼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온도는 10도를 넘는 상온이었고 하얀 파카가 아주 벅차진 않았으나 계속 입을 수는 없었다.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녀를 보내고 프란치스카와 돌아왔다. 갈 때는 500루블, 올 때는 700루블이었는데 전부 이탈리아인들이 지불하였다. 방에 돌아와 잠깐 누워 있다가 씻지도 않고 학교로 향했다. 한국인 동생인 K와 L이 먼저 와있었다. 수업을 듣고 K와 사르본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저를 마저 산 뒤에 주건물로 향했다. 주건물 창구 직원은 바로 은행에 가서 납부하면 된다고 했고, 그 길로 스베르방크에 가서 납부하였다. 야르체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인터넷 비용 1,000루블을 낸 후에 기숙사에 돌아왔다. 책을 읽다가 잠깐 잤다. 다시 책을 읽다가 아까 산 점저를 데워 먹고, 다시 책을 읽었다. 10시가 되어 내려가 운동을 했다. 막판엔 러시아인 커플이 들어와 말을 걸어 보았다. 여자는 엠게우 철학과 1학년생이었고, 남자는 트수(톰스크국립대학)에 다닌다고 하였다. 둘은 톰스크 출신이나, 남자의 아버지는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름이 루스땀이었다. 역시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의 막사트가 들어와 넷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방에 돌아와 씻고 이제 잘 준비를 마쳤다.

 박사학위 논문뿐만 아니라 역사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궁금하다. 역사학이란 무엇이고, 역사학적인 질문과 서술은 무엇인가. 어떠한 효용을 가질까? 나는 그 효용에 관심이 많다. 이런 내 관심사는 사회과학으로 공부를 시작한 개인사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학부 2년생이었을 때였지만, 본격적으로 무언가 읽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일병 때부터였다. 지금은 시카고로 박사과정 진학에 성공한 연대 사회학과의 Y형의 영향이 컸다. 부르디외를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독서의 범위가 넓어졌다. 좌우간 역사학을 당분간은 계속 할 터인데, 아직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북한사와 사회주의역사를 보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어떠한 논지를 통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그러한 작업은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지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일 따름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어, 노어, 중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박사과정 동안 게으름을 피우지만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독어나 다른 언어를 추가적으로 한두 개 정도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문제는 그러한 언어 습득이 나의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박사학위 논문을 잘 작성하는 일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서적의 형태(book-form)로 일정한 두께의 글을 써내야 하는 일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기간은 물론 아니지만, 2년은 수업을 듣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하므로 실상 내게 주어진 시간은 3년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1~2년은 또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러저러한 일에 연루되어야 하는 만큼, 순수하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년이 채 안 된다. 5년을 넘어가면 다시 연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고, 자연스레 연구는 지지부진해 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이겠다.

 그래도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어찌 됐든, 궁핍한 계층에서 태어나 강한 운과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라라랜드로 떠나게 되었다. 이제는 가서 잘 하는 일이 남았다. 물론 더 큰 출구전략을 계속해서 생각은 하고 있지만, 거기에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힘도 들 뿐더러 효율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지만, 나는 지금 컴퓨터 언어보다 더 급한 공부를 앞에 두고 있다. 양자택일이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다시 역사학으로 돌아와 박사학위 논문으로 생각을 모으자면, 어찌 됐든 오늘날 북한사는 거의 아무도 안 하니만큼 기존의 연구를 잘 섭렵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기존의 연구를 어떻게 수준 높게 지양하는 일이겠다. 소련사의 Magnetic Mountain 같은 대저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여러 책들처럼 꾸준히 읽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학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며, 두루 읽고 널리 섭취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 북한사의 어떠한 면을 볼 수 있을까? 북한의 사회사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날은 물론이거니와 냉전기에도 공산주의국가에 서방의 '시민사회' 비슷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산주의를 실천한 국가에도 분명 사람들이 모여사는 여러 형태의 공동체가 있을 터이고, 이를 사회(obshchestvo)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또한 소련사의 수정주의적 흐름을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노정하고 있는 문제, 즉 연구 주제 선정의 곤란에 따른 후속 연구의 부재를 잘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사 속의 사회, 북한의 인민/공민들이 받아 들이고 실천한 사회의 제면모를 그려내는 한편, Revolution on My Mind에서 선보인 것처럼 인민들 개인의 의식으로도 천착할 수 있어야 하겠다. 문제는 자료이다. 그런 방법론을 비슷하게나마 적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을까? 자료의 한계를 인지한 후에는 결국 자료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사회사의 외형을 띨 순 있어도 원래의 계획과는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나오겠다. 

 북한을 무대로 사회주의를 실천한 사람들의 만남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사회주의는 동상이몽이었다는 걸 드러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러한 면모들이 어떠한 역사적 의미를 지녔으며, 어떻게 기존의 논지와 시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겠다. 어렵다, 어려워.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5월 23일  (0) 2017.05.22
2017년 5월 6일  (0) 2017.05.06
2017년 5월 5일  (0) 2017.05.05
2017년 2월 22일~24일  (2) 2017.02.24
2017년 2월 19일~21일  (0) 2017.02.21
2017년 2월 16일~18일  (0) 2017.02.18
Posted by 사용자 Л

댓글을 달아 주세요

톰스크에서 보내는 편지.


2016년 한 해 동안 일을 3개 하면서 참 고되게도 살았다. 동시에 유학을 준비했고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면서 미박의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했다. 보면, 분명 나처럼 공부로 탈조선의 꿈을 꾸면서 오늘도 열심히 전진하는 동기후배들이 많을 터이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써보는 공부로 탈조선(문돌이-역사 편) 10계명.


1. 전공을 바꾸라.
- 문돌이로 미박을 가는 일은 어렵고 보상도 크지 않다. 차라리 컴퓨터 언어나 공학, 과학을 하는 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고 인류의 전진과 사회주의 건설에 더 도움이 되겠다. 무엇보다 내가 아니어도 문돌학을 할 사람은 많다.


2. 미/영 명문 학부>>>반주변부 좋은 학부>>>반주변부 석사
- 반주변부 석사는 미박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듯 하다. 난 '한국사의 메카'를 자부하는 서울의 ㅅ대에서 석사를 했는데 미박 입시에서는 정말 단 하나의 메리트도 없더라. 오히려 미/영 또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에서 학부를 한 친구들이 실적이 좋았다. 따라서 반주변부에서 석사 할 시간에 차라리 영어 글쓰기를 연마하라.


3. 훌륭한 영어 글쓰기>>>다양한 외국어 학습
- 다양한 외국어를 갖출 시간에 입시위원회에 들어올 교수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멋진 영어 글쓰기를 연마하라. 당신이 몇 개의 외국어를 하는지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더라. 곧 도래할 인공지능도 생각해 보라.


4. 미국가서 영어로 세미나>>>반주변부에서 하는 세미나
- 이런저런 책을 읽고 모여서 토론하는 것은 분명 권장할 만한 일이나 미박 입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로 쓰인 훌륭한 저작들을 읽으면서 연구사 정리를 하는 게 낫다. 세미나는 미국 가서 하라.


5. 외부 장학금은 있으면 본전, 없으면 낭패.

- 미국 사립대들은 괜히 사립대가 아니다. 당신이 얼마를 들고 간다한들 뽑아줄 유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장학금이 있으면 입시와 생활에 아주아주 조금의 도움을 주는 것이고, 없다면 불법 알바라도 뛸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6. 세부 지역/관심 주제를 잘 택하라.
- 예컨대 반주변부에서 한국학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미박에 한국학으로 지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인에게는 한국학이 가장 유리하겠으나 이것도 정말 철지난 얘기더라. 더군다나 북한(사)는 정말 아무도 관심 없어 한다. Red ocean에 뛰어드는 것을 말리진 않겠다.


7. 미국 교수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져라.
- 너무 당연한 말이겠는데, 미박 입시의 성패는 결국 입시위원회에 달린 것이고, 거기 들어오는 대부분의 교수는 미국인이다. 교수들도 사람인데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를 뽑지 않을까?


8. 글을 쓸 때는 논지 중심으로 쓰라.
- 역사 공부의 꽃은 자료 독해이지만, 자료를 아무리 많이 보고 참고한다한들 그게 바로 논문이 되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주를 많이 다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논지를 분명히 세워서 독자를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9. 메모는 다시 볼 때만 유의미.
- 반주변부에서 공부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메모와 필기를 했지만, 절반도 못 보고 버린 듯 하다. 결국 메모는 다시 볼 때만 유의미하며, 따라서 부지런히 다시 보는 작업을 하지 못할 바에야 영어 글쓰기나 연마하라.


10. 그럼에도 넓고 깊게 공부해야.
- 그럼에도 역사학은 사회과학의 총체라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대우가 안 좋아도 계속 하고 싶으면 뭐 계속 해야지. 이왕 할 거면 간학제적으로 넓고 계보학적/고고학적으로 깊게 파이팅합시다!


Posted by 사용자 Л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유학생

    문돌이로 학사를 나오셨다면 전공을 바꾸어 자연과학이나 공대로 미국박사가는 것은 지잡대 경우라도 문돌이 박사가 취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막말로 세대에 손에 꼽을만한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이죠. 애초에 수1을 쳤을 때 끝난겁니다

    2017.11.07 14:05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사실 그게 맞습니다만, 실제로 전공을 바꾸라기보다는 얼마나 문돌이가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쓴 것이었어요 ㅋㅋ

      2017.11.07 14:0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