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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03 모스크바통신 - 문서고 작업
  2. 2017.10.24 2017년 10월 24일 - UCLA 40일차 (2)
  3. 2017.05.05 2017년 5월 5일
  4. 2017.05.04 톰스크통신 - 연휴
  5. 2016.01.27 2016년 1월 27일
  6. 2015.10.28 2015년 10월 29일
  7. 2014.08.28 2014년 8월 28일 목요일

모스크바에 지난달 25일에 도착했으니 벌써 8일이나 지났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만 간다. 

이번 여름에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돈도 받지 않았기에 거의 휴양이나 다름 없으리라고 마음 먹었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있을 때 모을 수 있는 자료, 할 수 있는 작업은 하고보자는 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열심히 작업을 수행했다. 주말 제외하고는 계속 문서고와 레닌카를 왔다갔다 했다. 

RGANI(러시아국립현대사문서보관소): 1952년 이후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당위원회(폰드 5) 자료 가운데 적지 않은 북한 관계 자료가 비밀해제 되어있다. J형의 도움을 받아 출입증을 만들고 신나게 작업을 한 결과, 해당 폰드에 있는 일부 오피스의 목록 작업을 다 마쳤다. 아직 비밀해제가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RGASPI(러시아국립사회정치사문서보관소): 1952년 이전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폰드 17) 자료 가운데 역시 적지 않은 북한 관계 자료가 비밀해제 되어있다. 다짜고짜 찾아가서 러시아어로 어찌어찌 출입증 만들고 작업을 했다. 오늘은 몰로토프 문서군(폰드 82)에 실린 북한 관계 자료를 일부 작업했다. 이 또한 국내 연구자 가운데에는 내가 최초로 열람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초가 중요한 수식어는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니 다행이다.

RSL(레닌도서관): 작년에 북한사 연구자로는 거의 최초로 내가 다른 연구자에게 소개를 했고, 지금도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RGALI(러시아국립문학예술문서보관소): 아직 안 가봤는데, 조만간 가보려고 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박사논문을 다 쓰기 전에 AVPRF(러시아외무성문서보관소)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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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릴 짬이 없었다. 사실 짬은 내면 언제든 있다. 허나 그렇게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강박 때문이다. 이러한 강박은 앞으로 더욱 강화되겠지? 강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공부를 해서 언젠가는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언젠가는 박사가 되고, 언젠가는 책을 내고, 언젠가는 ... 케인즈의 말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이다. 이러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결국 죽는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고, 따라서 죽기 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하겠다. 좋은 일이란 건 무엇일까? 이 또한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내게 좋은 일이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있으니, 역사책을 쓸 것이다. 두 번째 책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생각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역시 역사책을 쓸 것이다. 세 번째 책은 과연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죽기 전에 책 세 권은 내고 싶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이 될까? 당분간 그리고 앞으로도 큰 심경의 변화가 없다면, 이는 사회주의가 될 것이다. 사회주의의 역사, 사회주의를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짧은 기간 안에 미래를 선취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다룰 것이다. 이는 나름대로 실천적이고 현재적인 의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내 관심사는 오늘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을 어떻게 더 잘 분석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가장 약한 고리"는 무엇이며, 오늘날의 패권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 패권은 어떻게 우리를 관리하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과연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점차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두워질 것이다. 이미 충분히 어두워진 세상이다. 착취와 압제와 전횡과 폭력과 지배는 이제 더 새로울 것도 없다. 이를 어떻게 다시 포착해야 하는가? 

 나의 기획에는 새로운 것도 없고 흥미로운 지점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한 번 죽는 인생에서 무언가 내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회주의의 역사를 연구하고 서술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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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6 1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 책을 사볼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5일

생각 2017.05.05 10:43

 한동안 이 '생각'을 이용하지 않았다. 4월 초까지는 문서에 하루하루의 일과를 적어 넣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만 두었다.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탈리아인 친구인 이본을 배웅하러 프란치스카와 셋이 아르쬼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온도는 10도를 넘는 상온이었고 하얀 파카가 아주 벅차진 않았으나 계속 입을 수는 없었다.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녀를 보내고 프란치스카와 돌아왔다. 갈 때는 500루블, 올 때는 700루블이었는데 전부 이탈리아인들이 지불하였다. 방에 돌아와 잠깐 누워 있다가 씻지도 않고 학교로 향했다. 한국인 동생인 K와 L이 먼저 와있었다. 수업을 듣고 K와 사르본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저를 마저 산 뒤에 주건물로 향했다. 주건물 창구 직원은 바로 은행에 가서 납부하면 된다고 했고, 그 길로 스베르방크에 가서 납부하였다. 야르체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인터넷 비용 1,000루블을 낸 후에 기숙사에 돌아왔다. 책을 읽다가 잠깐 잤다. 다시 책을 읽다가 아까 산 점저를 데워 먹고, 다시 책을 읽었다. 10시가 되어 내려가 운동을 했다. 막판엔 러시아인 커플이 들어와 말을 걸어 보았다. 여자는 엠게우 철학과 1학년생이었고, 남자는 트수(톰스크국립대학)에 다닌다고 하였다. 둘은 톰스크 출신이나, 남자의 아버지는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름이 루스땀이었다. 역시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의 막사트가 들어와 넷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방에 돌아와 씻고 이제 잘 준비를 마쳤다.

 박사학위 논문뿐만 아니라 역사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궁금하다. 역사학이란 무엇이고, 역사학적인 질문과 서술은 무엇인가. 어떠한 효용을 가질까? 나는 그 효용에 관심이 많다. 이런 내 관심사는 사회과학으로 공부를 시작한 개인사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학부 2년생이었을 때였지만, 본격적으로 무언가 읽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일병 때부터였다. 지금은 시카고로 박사과정 진학에 성공한 연대 사회학과의 Y형의 영향이 컸다. 부르디외를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독서의 범위가 넓어졌다. 좌우간 역사학을 당분간은 계속 할 터인데, 아직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북한사와 사회주의역사를 보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어떠한 논지를 통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그러한 작업은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지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일 따름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어, 노어, 중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박사과정 동안 게으름을 피우지만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독어나 다른 언어를 추가적으로 한두 개 정도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문제는 그러한 언어 습득이 나의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박사학위 논문을 잘 작성하는 일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서적의 형태(book-form)로 일정한 두께의 글을 써내야 하는 일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기간은 물론 아니지만, 2년은 수업을 듣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하므로 실상 내게 주어진 시간은 3년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1~2년은 또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러저러한 일에 연루되어야 하는 만큼, 순수하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년이 채 안 된다. 5년을 넘어가면 다시 연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고, 자연스레 연구는 지지부진해 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이겠다.

 그래도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어찌 됐든, 궁핍한 계층에서 태어나 강한 운과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라라랜드로 떠나게 되었다. 이제는 가서 잘 하는 일이 남았다. 물론 더 큰 출구전략을 계속해서 생각은 하고 있지만, 거기에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힘도 들 뿐더러 효율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지만, 나는 지금 컴퓨터 언어보다 더 급한 공부를 앞에 두고 있다. 양자택일이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다시 역사학으로 돌아와 박사학위 논문으로 생각을 모으자면, 어찌 됐든 오늘날 북한사는 거의 아무도 안 하니만큼 기존의 연구를 잘 섭렵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기존의 연구를 어떻게 수준 높게 지양하는 일이겠다. 소련사의 Magnetic Mountain 같은 대저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여러 책들처럼 꾸준히 읽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학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며, 두루 읽고 널리 섭취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 북한사의 어떠한 면을 볼 수 있을까? 북한의 사회사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날은 물론이거니와 냉전기에도 공산주의국가에 서방의 '시민사회' 비슷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산주의를 실천한 국가에도 분명 사람들이 모여사는 여러 형태의 공동체가 있을 터이고, 이를 사회(obshchestvo)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또한 소련사의 수정주의적 흐름을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노정하고 있는 문제, 즉 연구 주제 선정의 곤란에 따른 후속 연구의 부재를 잘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사 속의 사회, 북한의 인민/공민들이 받아 들이고 실천한 사회의 제면모를 그려내는 한편, Revolution on My Mind에서 선보인 것처럼 인민들 개인의 의식으로도 천착할 수 있어야 하겠다. 문제는 자료이다. 그런 방법론을 비슷하게나마 적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을까? 자료의 한계를 인지한 후에는 결국 자료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사회사의 외형을 띨 순 있어도 원래의 계획과는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나오겠다. 

 북한을 무대로 사회주의를 실천한 사람들의 만남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사회주의는 동상이몽이었다는 걸 드러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러한 면모들이 어떠한 역사적 의미를 지녔으며, 어떻게 기존의 논지와 시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겠다.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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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고, 5일은 어린이날이다. 두 날은 한국에서나 연휴이지 이곳 러시아에서는 휴일이 아니다. 한편 다가오는 9일은 전승절이고, 그래서 6일 토요일부터 9일 화요일까지 러시아의 연휴이다. 이 말인 즉, 식당이나 카페가 쉴 가능성이 높고 내가 굶을 가능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빨래는 10일 수요일까지 못하게 생겼으니 옷을 아껴 입는 습관을 발동할 때가 되었다.

 허나 연휴에는 쉬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근로대중도 쉬어야 한다. 그런데 슬픈 것은, 이곳 러시아도 헬조선과 별반 다를 바 없어서 휴일에도 식당이며 카페가 문을 활짝 연다는 것이다. 물론 헬조선처럼 자정 넘어서까지 그렇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휴일에도 일 해야 하는 정언명령은 이 거대한 연방을 지배하고 있으며, 도무지 이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반자본주의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참으로 낮다. 나는 역사에서 인간이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한 노오력을 탐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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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7일

생각 2016.01.27 04:54

- 자본주의로 뒤덮인 세상에서, 팔 것이라고는 노동력밖에 없는 시민(또는 인민) 개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추상적으로는 '연대'를 할 수 있겠다.

- '연대'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그리고 그 형식은 어떤 모습일까?

- 역사 속에서 연대의 정의와 행보를 추적하면, 오늘날의 연대를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아무래도 박사학위논문은, 비록 국가를 중심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을 지라도, 제2세계의 연대를 다루어보고 싶다.

- 그렇다면 자연스레 국제(프롤레타리아)주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국제공산주의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 오늘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들과 그 위성국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당당히 변주하며 억압과 착취, 전횡을 일삼는 이들의 과거에는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 나는 그러한 역사를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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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9일

생각 2015.10.28 08:22

나는 왜 쓰는가? 왜 쓰려고 하는가?

 

- 과거를 알고 싶다. 이를 재구성하여 공유하고 싶다. 역사를 쓰고 싶다. 사실(facts)은 역사 공부의 기본인 동시에 모종의 근거가 된다. 근거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이 근거를 모은다. 과거를 나름대로 재구성한다. 이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거리두기'를 가능케 한다. 이른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객관성'이란 말을 그다지 믿진 않지만, 그런 노력은 필요하다.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모순과 부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모순과 부조리를 들어내려면 먼저 그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현실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쓴다. 쓰려고 한다.

 

또 무얼 하고 싶은가?

 

- 의학을 배우고 싶다. 의술을 펼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죽기 전에. 음악도 배우고 싶다. 기타를 치는 악사가 되고 싶다. 이것도 언젠가는, 죽기 전에. 여행을 가고 싶다. 멀리, 발길 안 닿은 데야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가서 보고 기록하고 남기고 싶다. 배우고 싶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사실 그런 방법일랑 없다. 돈을 벌고 싶다. 이대로라면 호구를 연명할 수 없다. 혼자 살고 싶다.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 너무 늙기 전에 죽고 싶다. 고통이 있든 없든 죽음 이후의 단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지, . 명문 대학에 유학 가고 싶다. 이는 그 대학에서의 학문 활동에도 큰 기대를 갖는 바이지만, 사실은 그 대학의 이름값을 빌리고 싶은 것이다. 권위를 등에 업고 또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북한이란 무엇인가?

 

- '누구에게'란 조건이 중요하다. 누구에게 북한이 무엇인지가 먼저 분명해져야 한다. 난 북한과 대치 중인 남한에 태어나 군대를 다녀왔다. 군대에 간 덕분에 총 쏘는 법과 복종하는 법을 배웠다. (사실 군대 이전에 태권도에서 배운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군대에서 복종의 물적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려 버렸다. 그것은 무척 쉬운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말 한 마디에 복종 관계가 실질적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좌우간에 지금은 북한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북한에 관한 사실을 이래저래 긁어 모아야 한다. 장막으로 둘러싸인, 무척이나 고립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우선 북한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한반도가 분단됐고, 북한이 들어섰고, 개인이 40여 년 넘게 독재를 했고, 후계체계와 세습체계가 어떻게 구축됐으며, 북한의 인민들이 그것에 동의하는지 하지 않는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꿈꾸는지를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다. 쉽지 않다.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을 알고 나면 여러 혜택이 따른다. 우선 평화의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양측이 젊은이들을 군대에 보내서 썩히지 않아도 되고, 총부리를 그만 겨눠도 되며,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겠다. 그리고 국력의 증진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는 차라리 부차적이다. 상호 이해와 화해가 제일 중요하다. 그게 잘 안 된다. 사실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동어반복의 사슬은 단 한 가지의 사실만을 의미한다. 양측의 지배층은 분단을 이용하고 있다. '현상유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상은 유지될 것이다. 그러면 바뀌지 않는다. 바꾸기 힘들 것 같다. 난 이러한 속에서 미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북한의 주적은 미국이다. 북한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남한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수행돼야 한다.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아니, 이해할 필요가 없을 것도 같다. 현상이 유지될 뿐이다. 미국에게 북한이 무엇인지 이해시켜야 하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러저러한 속물적인 생각을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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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내일은 (원치 않는)세미나에 참석해야 하고 더군다나 발제문을 아직 다 안 만들었다. 살아가면서 어찌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겠냐만은, 요새 내 삶을 돌아보면 그저 하루하루를 넘기기에 바쁘다. 무력감이 들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는 데 깊은 짜증과 실망감이 몰아친다.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할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까? 중요하지 않은 질문만을 늘어놓게 된다.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이 어떻게 이 지경으로 전락했는지를 알고 싶다. 그것도 역사일까? 역사가 아니라곤 할 수 없겠지. 바로 그런 모습을 공부하고 싶다. 그러기에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은 나에게 어떤 미소도 건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자기소외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졸업식이었다. 내게 예전에 책 몇 권을 사주었던 여자 후배에게 마침내 책 빛을 갚게 됐다. 바우만의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를 선물로 주었다. 국제대학원에서 이제 칠레로 돌아가는 C 동무에게도 이별의 아쉬움을 건넸다.

규장각에서 근무하다가 시간이 돼 다른 세미나에 갔다. 한 누나의 예비발표였고, 동학들의 질문과 조언, 격려가 뒤따랐다. 순간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를 대상화하여 논문을 생산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둘을 명확히 분리할 수 없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동시에 "잘 썼다"란 평이 오가는 글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난 대체 대학원 와서 무엇을 한 것이었을까? 그런 것도 모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는 중이다. 동생이랑 저녁 먹고 발제를 해야 한다. 연말이나 내년초에 과외를 그만 두고 싶다. 그만 둘 수 있을까? 오늘날 공부는 계급적인 행위가 (다시)됐다. 가난하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박탈 당한다. 잠을 줄이면서 해야 하나보다. 안 그래도 삶이 피곤하다. 하지만 대의를 놓칠 수 없다. 밀자!

* 홉스봄의 <혁명가>(2008, 김정한, 안중철 공역, 길)를 중도에 신청하여 집에 가지고 가는 길이다. 언제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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