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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2 기미야 다다시, 『박정희 정부의 선택』, 후마니타스, 2009.
천자평/현대한국2015. 3. 2. 23:33

이 책은 저자(木宮正史, 1960~)의 고려대학교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인 한국의 내포적 공업화전략의 좌절: 5·16군사정부의 국가 자율성의 구조적 한계(1991)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저자는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출신으로, 1983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했고, 1993년에는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부터 일본 대학에서 조교수·교수 생활을 거쳐 2015년 현재 도쿄대학 정보학환(情報学環)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개의 박사학위논문이 일련의 수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나오는 한국학계의 관행과는 달리, 이 책은 원래 학위논문의 분량만큼이나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분석의 수준을 확장·심화하고자 한 듯하다. 책은 총 314장으로 구성돼있는데, 학위논문을 증보한 1부가 네 장, 새롭게 쓴 내용으로 구성된 2부가 일곱 장, 3부가 세 장이다. 1부는 한국정부가 수출지향형 공업화 정책을 택하게 되는 정치과정을 분석했고, 2부는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을 다뤘으며, 3부는 국제적 조건과 한국의 대응(“이용”)을 살폈다. 각 부는 시기적으로는 1961~63, 1964~67, 1965~66년을 다루었으며, 특히 마지막 3부는 한일협정과 베트남 파병의 전개과정 및 각 사건의 경과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식민지 경험을 겪은 나라 중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경제성장)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홉스봄의 표현을 빌려, ‘이중혁명의 과실을 쟁취한 현대 한국의 정치경제적 경험은 적지 않은 수의 학자들에게 고구(考究)의 대상이었다. 저자 또한 이러한 관심을 공유한 상태에서 경제성장의 전사(前史)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1960년대를 살핀 것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한국 정부 내지 한국 사회의 대응에 주목하여 이를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혀내려고 하였다. 저자는 한국의 대응을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사회)의 능동성한국 국가의 성격 문제라는 두 가지 매개를 통하여 고찰하고자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행위자의 인식과정과 결정에 주목하는 구성주의적 시각을 분석의 기본방안으로 채택하였고, 미국 측 자료와 한국 측 자료를 이용 가능한 한 총동원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료 구사는 역사학 논문의 특징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각주:1]

 

저자는 1부에서 상이한 시각으로 구성된 기존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에 자신의 이론적 자원(구성주의)과 그 유효성을 내세우면서, ‘1960년대 한국의 경제정책 결정자들과 이를 둘러싼 구조적 조건의 정치적 역학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선언하였다. 저자는 주요 행위자들을 일차적으로는 국적에 따라 나누었으나, 같은 국가 내에서도 대사관이나 군, 기획처 등 기관별로, 더불어 그러한 기관 내에서도 개개인을 구별하여 서술하였다. 저자는 박희범, 유원식 등 경제관료들의 사후적 인식과 면담 등을 토대로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보완·수정되는 과정과 이 계획에 담긴 방향성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내포적 공업화 전략이라고 요약하였다.[각주:2] 하지만 이 계획은 이후 수정을 강요받게 되는데, 저자는 미국자료에 기초하여 5·16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 박정희의 방미(196111)를 둘러싼 한·미간의 입장차, 한국측의 선택폭을 제한한 미국의 압력 내지 간섭(종합제철공장 건설 계획의 백지화나 재정안정계획의 복원)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그 수정 과정을 보여주었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군사정부의 복안이었던 내포적 공업화 전략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좌절되었으나,[각주:3]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요인은 미국이라는 외부적 요인의 존재였다. 본문에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의 존재는 한국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압도적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경제적 안정의 달성이라는 대한원조정책의 기본 목표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한국측의 시도는 모조리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장기 경제계획의 필요성이나 한국정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모든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기간산업 건설에서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목표와 이를 위한 방법, 즉 수출지향형 공업화로 일정하게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책의 2부는 잔여적선택지로서 선택된 수출지향형 공업화 정책의 결정과정에 초점을 맞춰 여섯 가지 주제(재정안정계획, 환율제도 개혁, 금리현실화, 수출진흥 정책, 외자도입법, 무역자유화)를 분석하였다. 이 부에서 저자는 신문(특히 동아일보, 회의록, 서한, 전신(電信), 면담 등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각 정책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서술했는데,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미국의 압력이 한국정부의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과정 내지 구도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저자는 한국이 미국의 권고에 순진하게 복종만 하진 않았고, ‘자율성을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쾌도난마와 같이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자료의 부족 속에서 재구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곱씹어볼 만 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는 한일수교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라는 두 사안을 두고 벌어진 한··일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구성주의적 접근의 효용을 강조하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주체들의 세계인식 및 정책결정 과정, 거기서 발생한 정치경제적 효과 등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주의적 접근은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이는 자료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예컨대, 주체 생각과 인식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자료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자료가 보여주는 것 이상(예컨대 주체의 속내)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을 취해야하는가 등의 질문이나 문제가 곧바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주체들을 설정하고, 1차 자료를 통해 그러한 주체들의 인식과 생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심층적인 분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표면적인 서술과 그에 따른 추론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통화개혁의 예를 들자면, 1962년 내자 동원을 위한 통화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1953년도 통화개혁의 실무진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저자는 성격이 분명히 다른 두 개혁의 상관관계나, 전자의 개혁이 실행된 이유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국이라는 요소, 또는 그 힘의 성격과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라는 실체는 주한미군이나 원조 등의 기제를 통해 일견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유솜의 예(201)에서 볼 수 있듯, 기관의 인사 변화에 따라 미국의 대한(원조)정책이 변화했다고 주장하는 등, 시기에 따른 미국 정책의 변화요인을 단순화시켜버린 바 있다. 미국의 정책을 분석할 때에는 미국의 대()세계정책부터 시작하여 아시아, 한국 순으로, 그리고 미국의 국내 상황과 한국의 국내 상황을 시야에 넣어 파악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1. 저자가 구사한 자료의 소장처는 다음과 같다. 케네디대통령도서관, 존슨대통령도서관, 미국국립문서관(NARA), 미국정부 비밀해제문서 조회시스템(DDRS), 미국국제개발처(USAID) 도서관, 한국 외교사료관, 경제기획원 도서관, 한국 국가기록원 등. 이 글은 박태균, 「강요된 자율적 선택」, 『역사와 현실』 71, 2009도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2. 제1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의 수립 과정은 이전 계획을 답습하면서도 각 시점의 대내외 환경 및 입안자들의 논쟁을 반영하여 보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제1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시안)』(약칭 건설부안) → 『종합경제재건계획(안)』(약칭 최고회의안) → 『제1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약칭 경제기획원(EPB)안) [본문으로]
  3. 저자는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하였다. ① 군사정부 내의 권력 기반의 취약성 및 불안정성, ② 민간 기업들의 미약한 지지, ③ 밑으로부터의 민족주의와의 결별, ④ 미국 정부의 거부권 발동, ⑤ 외자도입 다각화 기도의 한계.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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