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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25 정영철, 『김정일 리더십 연구』, 선인, 2005.
천자평/북한연구2014. 11. 25. 00:34

 한국사의 전개과정 속에서 북한은 어떠한 위상을 차지할까?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이해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또 어떠한 인식구조 속에서 북한을 걸러내고 바라볼까? 국가라는 공동체 단위의 심급(審級)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들여다보자. 대한민국헌법 제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이러한 규정은 오늘날 국제연합(UN) 가입국(1991)이면서, 7·4 남북 공동 성명(1972)에서부터 6·15 남북 공동선언(2000)10·4 남북정상선언(2007)의 상대국인 북한의 존재를 명백히 부정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수준의 지체(遲滯)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법리적 이해나 사회의 인식수준이 위와 같을지라도, 북한의 존재는 물리적으로 분명하며 점점 더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러한 이웃한 먼 나라북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북한에 대한 한국 언론의 선정적인 논조와 이념적 공세를 걷어내더라도, 특히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대권(大權)세습된 사실이나 지도부에 대한 북한 사회의 동의자유주의(대의)적 민주주의사회의 구성원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요소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써 북한정치에 대한 공부는 북한을 알아가는 실마리이자 관건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논문인 김정일체제 형성의 사회정치적 기원: 1967~1982(2001)을 증보한 것이다. 이태섭의 저작이 김일성을 유일지도자로 선포한 북한 수령체계’, 김일성체제의 형성과정을 논구했다면, 이 책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고 이어받아 김정일체제성립의 기원과 형성과정, “1970년대 북한 사회를 탐구한 노작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 정치에 매몰된 해석을 경계하고자 했고, 따라서 북한의 상층정치노선이 국내의 사회정치(경제)적 현상이나 국외의 정세변화에 변증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두 책 모두 자료적 근거에서 한계를 지니는데, 이를 어디까지 사실(史實)로 수용할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있다. 여하튼 이 책은 김정일체제의 탄생을, 위상을 달리하는 두 가지 맥락 속에 중첩시켜 놓았다. 이 책에서 김정일체제는 넓게는 수령체계라는 맥락에서, 그보다 조금 좁게는 후계체제라는 맥락에서 각각 파악된다. 그리고 둘을 아울러 저자는 김정일체제가 1967년 형성된 수령체계의 필연적인 산물이었으며, 각각이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구조로서 작동했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하여 모두 7장으로 구성돼있고, 보론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지도 양태(“리더십”)에 대한 비교·분석을 제시하였다. 특히 이 보론은 북한의 향후를 전망하는데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북한에서 수령체계가 확립된 1967년부터 김정일이 주체사상에 대하여[각주:1]를 발표하며 김일성으로부터 영도권을 이양받기 시작한 1982년까지의 시기를 다루었다. 저자는 수령론의 완성이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제시되는 1986년에 이뤄졌다고 평가했으나, 김정일체제의 영도권 확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1982년 이후의 일화는 선별적으로만 다루었다. 1(서론)은 연구의 목적과 대상을 규정했고, 이론적·방법론적 자원을 설명하였다. 2장은 사회주의권에서의 권력계승과 북한에서의 후계자론을 비교하여 제시하였다. 3장은 북한이 인식한 대내외적 압력(“전시체제의 강요”)와 김정일의 점진적 부상(1967~74), 4장은 김정일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켜가는 과정(1974~78), 5장은 김정일 후계체제의 완성(1978~82)을 다루었다. 6장은 계승의 완결이후 북한 사회가 맞닥뜨린 도전과 대응을 설명했고, 7(결론)에서는 본문을 요약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구사하고 있는 방법론, 신제도주의리더십 이론등을 앞부분에서 상세히 설명했으며, 그림을 통해 분석의 틀이나 내용을 정리·제시하는 등 사회과학 연구의 기본을 충실히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백미는 내재적 독해에 입각한 북한 지도부의 육성(肉聲)을 꼼꼼하게 정리·서술한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평자는 북한 연구에서 필요한 실사구시적 자세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읽는 것이라는 이태섭의 지적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태섭의 저작을 비롯하여 이 책 또한 북한에서 출간·발행된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였다. 물론 학계의 평가에서 엿볼 수 있듯, 그러한 자료들은 북한의 사실이라기보다는 당의 입장이나 세계관에 부합하는 주장에 가깝다.[각주:2] 하지만 저자가 이용한 자료들의 성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면, 이 책은 독자에게 북한정치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일관된설명을 제시할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김일성저작집이나 김정일선집등 북한 지도자의 말과 글, 당의 노선 및 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근로자와 같은 잡지지 등 여러 북한의 공식서사와 공식기록을 담고 있는 자료집과도 같다.

 

 저자는 수령체계의 귀결점인 후계체제의 등장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대내외적 요인을 제시하였다. 첫째, 사회주의진영 결속의 점진적 해체와 1960년대 중·후반 북한 내부의 도전. 둘째, 2차 인도차이나전쟁 및 남북한의 체제경쟁에 따라 강요된전시체제. 셋째, 신세대의 성장과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단계로의 진입.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북한은 이전 시기의 경험(행정수령으로의 집중)을 십분 살려, 지도부를 중심으로 가파른 위계를 설정(“과소응집”)하면서도 집단주의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노선을 택하였다. 그것은 동시에 후계체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저자는 김정일이 후계체제에서 두각을 드러낸 직접적인 계기로 박금철·이효순 사건과 김창봉·허봉학 사건 등 1967~69년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위기를 제시하였다. 북한의 공식서사에 따르면, 김정일은 이 과정을 통해 정치경험을 쌓고 원로세대로부터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게 되었다.

 

 북한 지도부의 노선은 이른바 계속혁명또는 혁명전통의 계승이라는 논리와 과소응집의 문제를 종합하여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수령제 사회주의의 핵심 정치주체로 범빨치산계()’를 들며(98~103), 8종파사건이후 1970년의 언저리까지 북한정치사의 전개는 김일성을 중심으로 하는 1로군으로 권력집중이었다고 서술하였다. 김일성 세력은 1967년 갑산계를 쳐낸 후 3년 만에 북한의 상층정치를 석권한 것이었다. 동시에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항일무장투쟁의 경험이 북한 사회에서 하나의 모범적인 전형으로 재생산되기 시작했고, 수령에 대한 신화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지도부는 갓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통일단결된 사회를 견고히 유지하고 혁명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책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김일성의 혁명사상에 대한 충실성그 후계자에 대한충실성으로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요컨대, 적어도 북한 지도부에게 혁명의 구조이자 주체인 수령체계는 계속돼야만 했고 이는 자연스레 후계체제를 요청한 셈이었다.

 

 책의 3~5장은 후계체제의 성립이 일단락되는 1982년까지 김일성의 부상과 그의 면모를 다루었다. 해당 내용은 북한의 문헌자료를 섭렵하고 그에 근거하여 김정일과 김정일체제 초기의 역사를 밝힌 저자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 것이고 믿을만한 것인지는, 적어도 이 책만 가지고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권에서 유례가 없는 행보를 보였으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해가는 정치공동체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한 번쯤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1. 김정일, 「주체사상에 대하여(위대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탄생 70돐 기념 전국주체사상토론회에 보낸 론문, 1982. 3. 31)」, 『주체혁명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4』,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7. 정영철, 『김정일 리더십 연구』, 선인, 2005, 2장 각주 74번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엮음, 『북한현대사 문헌연구』, 백산서당, 2001, 72~73쪽; 김용현, 「『근로자』 분석을 통한 북한의 군사화 담론 변화 연구: 1946-2006」, 『통일문제연구』 21(1), 2009, 270~271쪽 참고.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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