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현대사2015. 8. 19. 07:09

정세로 말하면 동북 3성 방면에 우리 독립군은 벌써 자취를 감추었을 터이나, 신흥학교 시절 이후 3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오히려 김일성 등 무장부대가 의연히 산악지대에 의거하여 엄존하고 있다.


중경임시정부 주석 김구


김구, 2002, 백범일지, 돌베개, 315쪽.

김광운, 2003, 북한 정치사 연구I, 선인, 103쪽, 각주 196번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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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평/현대한국2014. 11. 24. 07:11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신화화는 오늘날 지배층이 지배적 이념(ideology)을 강화·호도·재생산하기 위한 유효한 방편 중 하나이다. 이러한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은 일각에서 국부(國父)”로까지 추대·숭앙하는 역사적 인물을 목도하고 있다. 바로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이다. 그는 박정희(朴正熙, 1917~1979)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초혼(招魂)되고 있으며, ‘가장(家長)’이자 지도자로서 상징 이상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이들이 그러한 신화화 작업의 주축을 이루는지, 그 의도와 목표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작업은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왜 특정 인물이 신화화의 대상이 됐는지를 묻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과연 이승만은 어떠한 인물이었고, 왜 오늘날 다시 주목을 끄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먼저 이승만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참고해보자. 왕실의 먼 방계 태생이었던 그는 배재학당을 거쳐 주로 독립협회 활동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청년 지도자로서의 명망을 쌓기 시작하였다. 이승만은 3·1운동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됐고, 미주(美洲)를 근거지로 삼아 이른바 외교독립노선에 입각하여 민족운동을 수행하였다. 그의 노선에 대한 역사적 평가 및 자리매김과는 별개로, 그는 20세기 초부터 한국 우파민족주의의 대표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과정 속에 자신을 명백히 각인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만은 194874세의 나이에 신생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며, 4·19로 하야할 때까지 12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여러 원칙을 몸소 부정했고, 그의 정치적 보증인이나 다름없던 미국을 겨냥하여 실력행사(반공포로 석방 등)도 불사했으며, ‘암울했던’ 1950년대라는 시대상을 만들어낸 핵심이자 주역이었다. 이후 ‘2의 고장이나 다름없던 하와이에서 사망하였다. ‘반공주의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선 본문 714, 각주 1,781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이승만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방대하면서도 실증적인 조사이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증보한 것으로, 모두 414장으로 구성돼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가교였던 이승만의 역할과 노선, 그것들의 역사적 배경과 형성 과정을 분석하였다. 1(1~3)는 그가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는 19131월 이전의 성장기 및 청년기를 다뤘다. 이승만은 미국 기독교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1910)했다. ‘스티븐스 저격 사건 변호 거부애국동지대표회(이른바 덴버대회) 참석1908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의 사상과 지향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것이었다. 2(4~6)는 이승만의 외교독립노선을 외교독립론실력양성론으로 정식화했고, ‘무장투쟁불가론’, ‘자력독립불가론’, ‘준비론이 이승만 노선의 방법론적 기초라고 설명하였다. ‘정립(鼎立)의 지도자라는 용어를 통해 박용만·안창호 등과의 비교를 통해 미주에서 그의 활약을 밝혔고, 1920~40년대의 외교활동을 정리하였다. 3(7~9)는 이 책의 핵심으로 해방 이후 이승만이 국내의 우파세력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던 사실의 기원을 되짚었다. 이승만의 국내 인맥의 형성 시기를 3·1운동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았다. 흥업구락부(1927~38)의 존재와 지향(유학, 기호(畿湖), 기독교, 친자본, 친미 성향)은 이승만 노선의 실체와 그의 국내 연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장은 단파방송 사건을 살펴 이승만 신화가 해방 이전 국내의 좌우세력으로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을 세밀하게 추적하였다. 4(10~14)는 해방 직후부터 제헌선거(1948) 이전까지 이승만의 정치활동을 다루었다. 조기 귀국을 하기 위해 펼친 로비에 대한 서술에서부터 정치자금을 어떻게, 얼마나 모았는지에 대한 분석, 1946년 이후 전개된 이승만·김구·하지의 정치적 이별과정과 그 속에서 이승만이 일인자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까지 국내외를 넘나들며 최고지도자를 지향한 이승만의 역사를 충실하게 복원하였다.

 

 홍석률이 잘 요약한대로, 이승만은 전통과 현재, 한국과 세계가 교차하는인물의 전형이었다. 따라서 이승만의 흔적을 드러내는 사료도 전통과 현재, 한국과 세계가 교차했던한국 근현대사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한문과 우리말, 영문, 일문, 노문 등 실로 다양한 주체들이 작성한 다채로운 사료를 섭렵하였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 현대한국학연구소에서 펴낸(1996) 이화장 소장 우남 이승만 문서(東文篇)을 골간으로 하여 조선왕조와 일본제국이 생산해낸 자료, 각종 신문조서와 재판기록, 판결문, 국내외의 여러 신문과 잡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문서 및 미국 전역에 산재돼있는 개인 문서철, 관련자의 증언과 같은 구술 자료 등을 망라하였다.[각주:1] 요컨대, 이 책은 제헌선거 이전까지 이승만에 관해서, 적어도 자료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향후 1948년 이후 이승만에 관한 연구가 공히 참고해야하는 필독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승만을 매개로 현실 정치인이 명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들려주기 위해, 명망의 이면에 놓여 가려지기 쉬운 권력과 금전의 향배를 면밀하게 추적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13장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한 심층 분석의 수준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이승만은 1946년 중반을 넘기면서 한국 우파에 대한 정치적 통제와 대중 조직 장악을 완료했다. 대체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승만이 우익 진영에서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했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이승만 문서철에 남아 있던 영수증 자료와 비밀 해제된 미국문서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1945~47년의 기간 동안 최소 27백만 원, 최대 52백만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더불어 저자는 이와 관계된 한국인 유산층 모임이었던 대한경제보국회의 인적 구성과 각각의 경력 및 활동, 미군정의 기여 등을 추적하여 밝혀냈다. 그 결과 이해의 관건은 주한미군 사령관 하지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 불법·탈법에 대한 묵인과 승인이었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행위자와 구조 간의 역사적 상호작용 또한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일개인의 능력과 수완”, 그리고 그 인물을 둘러싼 외부의 틀인 구조 중 어느 것도 역사에 단독으로 출현하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의 일차적인 특징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역사서술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저자의 노고는 빛을 발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인물 연구라는 역사 연구방법론의 한 분야를 충실히 잘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특정 인물의 파편적인 언행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행위자의 생각과 의도를 그의 행동과 결부하여 분석하고 검증하였다. 실증적인 역사 연구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자료의 확보와 저자의 노고가 결합될 때는 이 책과 같은 역작이 나올 수 있음을 예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롭게 발굴한 자료(핏치George A. Fitch 문서철에서 발굴한 이승만의 자서전 등)를 비롯하여 각종 사료를 종합한 저자의 노고와는 별개로, 이 책이 정작 이승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식으로 새로운 역사상을 제시하려고 하는지에 관해서는 좀처럼 판단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7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바, 그러한 시간 폭을 이승만의 역할과 노선이라는 매개로 일이관지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미덕이다. 하지만 독자가 엄청난 자료의 홍수에 빠져, 또는 저자의 담담한 어조에 설득돼 이 책이 선사하는 새로운 역사적 관점이나 시각의 선회를 거리를 두고 음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저자가 과연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관해 무엇을 언급하려고 했을까?’라는 의문(평가의 문제)을 선사한다.

  1. 홍석률, 「사실과 역사 속의 이승만 연구」, 『한국사연구』 133권, 20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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