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서울통신2018. 7. 8. 19:58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아침으로 점심으로 섬유질이 높은 식사를 하고 있다. 극미량의 당분이 섞인 오트밀, 당도가 제각각인 시리얼, 우유, 그리고 견과류를 먹고 있으니 이보다 더 건강할 수는 없다.

운동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150개는 하며 보내고 있다. 우리의 근육은 결국 섬유질과 비슷한 물질 아닌가. 오직 전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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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6. 23. 06:00

Attending and moderating a prestigious workshop is beneficial; at the same time, that the primary working language of that workshop is different from your mother tongue highly likely frustrates you. At least, it does to me. By any means, it seems to be the iron law which rules the game. International participants, especially those who did not have enough prior experience, have only two options: to attempt to raise your shaky voice, breaking ontological uncertainty, or to remain in silence like the dead of night. I prefer the latter, but it has nothing to with my preference and desire because, in most cases, I am interpreted as an unprepared participant. Looking at and listening to the panel with full of discussions and questions, of course in English, is a constant source which makes me feel perplexed, a sense that turns you nervous as much as motivate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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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우클라  (0)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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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서울통신2018. 6. 22. 00:31

산골짜기가 한국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산골짜기는 어디에든 있고 지금 여기도 알루미에레라는 작은 산골짜기 마을이다. 두메산골은 아니지만, 산골짜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침에는 읍내로 나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왔다. 신록의 계절은 아니지만, 산길이 아름답고 낮에는 날벌레, 밤에는 반딧불이가 많다.

3일 후에 프로그램이 끝나고, 서울로 간다. 서울에 가기보다는 이곳 산골짜기에 남아 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를 뵈어야 한다. 그게 서울에 가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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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6. 12. 18:50

아까 낮에 중국어 기말고사를 끝으로 UCLA에서 박사과정 1년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러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15주씩 두 번 돌아가는 학기제와는 다른, 10주씩 세 번 돌아가는 쿼터제를 처음으로 마쳤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학과 수업coursework이라는 게 사람을 쉽게 지치게도 하지만, 박사논문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을 골라 들으면 그나마 유용하고 유익하겠다. 허나 나는 2, 3외국어 요건을 채우는 데 집중한 한 해를 보냈고, 이제 위에서 언급한 논문작성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은 2년차 때 본격적으로 들으려고 한다. 좌우간 정리 안 되는 생각을 주제별로 써보겠다.


1. 연구는 탈조선

서울에서 석사과정 및 석사학위 소지자로 보낸 3+1년을 전부 합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하고 즐거운 9개월을 보냈다. 물론 서울에서 얻은 경험들과 인연이 여기서의 생활에 큰 활력과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연구를 진행하려면 탈조선 및 도미해야 한다. 


2. 탈조선엔 영어

영어가 진리의 언어는 아니지만, 세계어lingua franca이며 인류가 수행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작업언어working language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겠다. 영어로 써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자신 연구의 영향력을 더욱 늘릴 수 있다. 탈조선에 영어가 필수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3. 목표와 효율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할 공산이 크다. 박사과정에서 어떤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우느냐에 따라서 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 나의 경우, 1년차에 언어 요건을 전부 완료했다. 2년차에 논문자격시험을 위한 다른 수업 요건을 채우려고 한다. 동시에 이번 여름에 논문 1.5편에 해당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물론 영어로.


4. 끊임없는 혁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사'라는 필드를 조금만 벗어나면 주제와 방법론 측면에서 도무지 추격이 불가능한 정도의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모두 시야에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나 새로운 것에 대한 추격,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써놓고 나니 무슨 기업의 슬로건 같지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에 이를 분명히 해두어야 시간 낭비를 덜 한다.


5. 충분한 휴식과 강인한 체력

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기계가 될 수도 없다. 힘들 때는, 쉬고 싶을 때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한 번 죽는 인생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기계가 될 수 없는 연구자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은 체력과 지구력의 배양 및 보존이다. 슬프게도 이 지적은, 나같은 범인凡人에게는 참이다.


6. 이미 늦었다

박사과정에서 유학생, 그것도 나처럼 30대 초반에 유학을 나온 이들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에서 한참을 뒤쳐져 있음을 보았다. 나와 동갑내기 미국인이나 중국인들, 인도인들 가운데에는 벌써 박사, 포닥, 교수들도 있다. 이미 늦었다는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니, 한시라도 빨리 탈조선 및 도미하는 게 중요하다.


7. 호전되는 남미북 관계

세 번째 쿼터는 역사적인 사건이 몇 개 있었다. 4.27 판문점 회담과 5.26 통일각 회담, 그리고 어제 기말고사 시험 준비를 포기하며 계속 봤던 6.12 싱가폴 회담까지. 한편으로 미국에 그 흔할 것 같은 '북한연구소'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다.


8. 아름다운 사람들

한국에서처럼 여러 좋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부터 학과의 친절한 선후배들, 같이 학문적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학들, 외국어 수업에서 만났으나 내게 과분한 호의를 보여준 미국인/중국인 학부생들. 나와 같이, 또는 나보다 먼저 유학을 나와서 내게 커다란 도움을 준 분들도 잊을 수 없다.


9. 쏜살 같은 시간

첫 번째 쿼터가 끝나자마자 학교 대학원에서 제공하는 소정의 펠로십을 받아 동부에서 자료 수집을 4일간 진행했다. 아울러 박노자 선생님께서 불러 주셔서 프로젝트 건으로 오슬로를 다시 방문했고, 그곳에서 오랜 노르웨이인 친구(지금은 일본에서 교수)를 만났다. 하버드와 MIT 관련자들은 내게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었으며, 돌아와서는 훌륭한 선배 K의 호의에 힘입어 샌디에이고를 다녀왔다. 두 번째 쿼터에는 동생이 휴가를 왔었고, 로마 워크샵 합격 통보를 받았으며, 쿼터 종료와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세 번째 쿼터에는 다시 여름 펠로십을 받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으며, 점차 무엇을 연구할지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앞으로 더 빨리 갈 것이다.


10. 오직 전진뿐

조선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고통 받는 여자와 소수자, 가난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이 세계에 대한 깊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변화는 너무나 느리게 온다. 쌀국이 결코 낙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선보다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우수하다. 그러한 비참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직 전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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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6. 9. 22:52

우클라에서의 박사과정 1년차가 끝나간다. 11일(월요일)과 12일(화요일) 외국어 기말고사를 보면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기말고사 준비가 지겹지만, 그래도 1년차에 외국어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서 즐겁고 다행이다.

이번 방학에는 1.5개 분량의 논문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오직 전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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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6.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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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서울통신2018. 5.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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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5. 26. 00:20

일본의 유명한 학자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라는 책을 쓴 바 있다. 나에겐 이 책의 앞부분만을 조금 보다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싶어서 덮은 기억이 있다.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세계사의 구조>라는 책을 읽어봤자 내가 세계의 구조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의 책을 사서 그의 배만 불려주는 것은 아닐까?' 

결론적으로 나의 생각은 옳았다고 여겨진다. 그 책을 안 읽었어도 나는 계속 잘 지내고 있고, 동시에 세계사의 구조는 아니지만, 세계사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책들을 계속 읽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는 역시 역사학자의 글을 읽을 때 그나마 조금 알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문학자, 사회과학자 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학은 나름의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두 주 남았다. 8주차의 지겨운 여정이 끝났고, 이제 정말 두 주만 있으면 방학이다. 방학이라서 신난다기보다는 조금 더 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흥이 난다. 6월 12일 중국어 시험을 치면 우선 좀 푹 쉬고, SD에서 올라오는 친구에게 안내를 좀 해주고 발표를 준비하다가 이탈리아로 갈 것이다. 가서 잘 공부하고 잘 보내고 잘 인맥을 쌓은 후에 한국에 가서 또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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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5. 16. 23:07

쉴 새란 없다. 7주차의 중반이 지나갔으나 아직 세미나 수업은 토요일로 잡혀 있고 관련해서 페이퍼는 작성하지 못한 상태이다. 내일은 중국어와 일본어 퀴즈가 있고, 일본어는 거의 매회 퀴즈 그리고/또는 숙제가 있으며, 다음 주에는 월요일에 중국어 회화를 녹화해서 보내야 하고, 기말고사는 대체 어떻게 볼 것이며, 중/일 구술고사와 무엇보다 6월 4일에 보는 한문 시험을 거의 준비를 못하고 있다. 페이퍼는 하나 더 써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가만 생각해 보면, 난 나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드물다고 생각 된다. 정말로 빈궁한 형편에서 운 좋게 독서실에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또는 문제지를 살 정도의 형편은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조선에서 학비가 싼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 그곳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만을 만나 도움을 받았기에 여태까지, 여기까지 전진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운과 그들의 도움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며, 이를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또는 인류에게 갚을 수 있는 방안을 끊임 없이 모색해야 하는 처지임에 틀림 없다.

6월 12일에 중국어 시험이 끝나면 좀 쉬다가 바로 핵 관련 페이퍼를 최대한 작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14일에 출국인지라 시간이 없을 뿐더러, 가서는 연구 질문을 중심으로 발표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정말 없다. 한문 시험을 행여라도 못 보면 내년에는 30주 동안 한문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물론 나쁘지는 않지만, 한문보다는 러시아어와 중국어에 힘 쓰고 싶다. 잠 자는 시간을 줄이기는 어렵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을 듯 하다.

대체 언제쯤이면 나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까? 2020년 여름이 오기 전에는 결판이 나겠지만, 가급적 일찍 논문자격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나의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 자료도 계속 모으고 있고, 서구의 뛰어난 연구 성과들을 간간히 뒤쫓고 있으며, 어떻게 나의 서사를 풀어 나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좋은 논문작성계획서를 써보고 싶다. 이것이 만일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연구에 뛰어들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당겨지겠지.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전진해야 한다.

젊음의 소중함과 참신함이 더욱 분명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체력도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예전에는 어떻게 그 힘든 통근 지옥을 견뎠으며, 어떻게 새벽 3시까지 번역하다가 아침 일찍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시간을 조금 더 유익하고 유용하게, 내 연구에 필요한 시간들로 채웠다면 어땠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이 안타까움은 정말 헬조선에서 벗어났을 때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정말이지 헬조선에서 허비한 나의 젊음에 위로를 보낸다.

그럼 이제 <주자어류> 좀 읽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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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018. 5. 12. 23:50

우클라에서 보낸 박사 1년차 세 번째 쿼터의 6주가 지났다. 이제 남은 주는 4주이고, 이후에는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1년차도 금방 지나갔다. 영어는 많이 늘진 않았지만, 앞으로 점점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는 여전히 하기 싫고, 중국어는 재미있다. 노어를 복습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한문 시험이 6월 4일에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를 잘 준비해야 한다. 이를 잘 넘기지 못할 경우, 2년차 세 쿼터 동안 한문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러기는 싫다. 내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이 전혀 안 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쿼터에는 존 던컨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중국어 기초를 들으면서 Independent reading을 했다. 두 번째 쿼터에는 테드 포터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들으면서 Independent reading을 했다. 세 번째 쿼터에는 이남희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들으면서 교육학 세미나를 듣고 있다. 어서 2년차도 잘 마치고 종합시험을 치고 싶다. 연구가 하고 싶다.

2년차부터는 조교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만일 한문만 듣는다고 할 지라도, 한문+조교라는 두 개의 수업이 기본으로 주어진다. 여기에 더해 첫 쿼터와 두 번째 쿼터에 들어야 할 수업들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내 재량은 여지 없이 줄어든다. 우클라에 소비에트사, 동유럽현대사, 중국당대사, 기술사 선생님이 안 계신 것도 많이 아쉽다. 이 분들 가운데 단 한 명만 더 있었더라도, 당장 수업을 듣고 심사위원으로 모셨을 텐데 말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음을 느낀다. 삶은 너무 짧고, 젊음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물론 요새 하루에 기본적으로 2마일(=3.2킬로미터) 이상 뛰고,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20대 중반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의 체력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설령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체력을 확보해서 비슷한 나이, 비슷한 수준에서는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할 지도 모른다. 시간 뿐만 아니라, 돈도 없다. 여름에 러시아에서 2달 가량 머물면서 정말 내 박사논문에 필요한 자료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길 바란다. RGASPI보다는 GARF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친한 형의 조언을 들었다. 좋은 분들의 조언은 대개 그 의도와 결말이 모두 좋기에,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20대를 헬조선에서 낭비했다. 정말 후회된다. 물론 후회없이 보냈다고 자부하지만, 그런 곳에서 20대를 보냈다는 사실 자체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 와보니 더욱 그렇다. 물론 이는 내 실력보다는 운이 정말 좋았기에 가능한 것이며, 다시 말하지만, 운이 좋았다. 허나 교정에서 볼 수 있듯, 돈 많고 준비를 미리 한 자라면 좀 더 어렸을 때, 아니, 아예 이곳에서 젊음과 유년을 시작했을 수 있다.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거의 차단되어 있었다. 허나 한국과 같은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반주변부 국가 아닌 진정으로 반주변부, 주변부 국가에서 태어난 것보다는 물론 운이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학교 옆 동네인 Westwood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

위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 그 연구를 통해 북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반/주변부 국가들의 이야기가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결과적으로 내 연구의 주요 독자는 구제국주의국가의 후예들이며 지구의 지배국가 성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혁명은 오직 중심부에서 터질 때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구에 태어나 아주 미약하게나마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 지겨운 절차들을 최단시간 내에 잘 극복하고,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 이론의 놀음이나 짜맞추기가 아닌, 철저하게 사료와 그에 대한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해석에 입각하고, 참신한 통찰을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연구를 하고자 한다. 그게 내 30대 초중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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