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평/북한연구2015. 3. 4. 17:11

북조선사회주의체제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립된 체제이며 그 세부의 모습과 역사적 성격은 어떠한가? 이 책은 저자의 도쿄대종합문화연구과 국제관계론 전공 박사학위논문인 北朝鮮における社会主義成立 1945~1961(1995)을 수정·증보한 것이다.[각주:1] 저자는 저자의 지도교수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의 주장, 즉 북한국가의 성격은 국가사회주의체제[각주:2]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유격대국가가 세워진 모양새라는 명제를 수용·분석·보완하고자 했다. 와다의 연구 성과는 체제불변설을 주장하는 기존의 연구를 극복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북한사회의 특수성언제성립됐는지에 관해서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저자는 서장과 종장을 포함하여 모두 7, 1,000여 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통해, 1945~61년 동안의 북조선사회주의체제의 제도적 형성과정을 당··행정기구·경제관리 부문으로 나누어 실증하였다. 다시 말해, 저자는 와다가 국가사회주의체제라고 총괄한 부분을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세밀하게 살피고, 제도적 형성의 측면에서 북조선사회주의체제의 역동적인 성립과정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일단 이 책의 전후복구시기 이전[각주:3]까지를 다룬 부분을 일별함으로써, 6·25전쟁 휴전 이전 북한의 초기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자 한다.[각주:4]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 저자는 북조선사회주의체제는 1961년의 조선로동당 제4차 당대회를 전후하여 김일성을 정점으로 하는 당··군의 일체화를 완료했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의 시기구분을 따라 북한의 역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해방 직후부터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19462)가 세워지기까지 38선 이북의 사정은 느슨한 인민위원회체제였다. 그러나 이후 북조선인민위원회(19472)의 설치, 두 차례 미소공위의 결렬, 급속한 민주개혁’, ‘조선 문제UN이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출범(19489)과 같은 큼직큼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북한은 국유화(기간산업 부문)와 사적 경영(농업, 유통 등)이 혼합된 다()우클라드(уклад; 경제 형태) 위에 이질성과 다양성을 품은 =국가체제가 들어서는 인민민주주의국가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대적인 남침과 전쟁은 이후 =국가체제가 농촌의 지엽 말단에 까지 침투한 전시체제를 빚어냈다. 전후 1958년까지 =국가체제의 행정력과 조직력은 증대됐으며, 1958~61년에 걸쳐 당의 일원적 지도체계가 정··사회(·)에 관철됨으로써 =국가체제가 전 사회를 포섭한” ‘국가사회주의체제의 건설이 일단락되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저자의 시기구분에 따라 북한의 정치사 서술에 비중을 두되, 군을 비롯하여 행정경제분야를 도외시하지 않고 인민민주주의국가단계에서 국가사회주의체제로 변모해나가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뿐만 아니라 책의 백미가 4, 1950년대 전후 복구와 =국가체제가 사회 전분야로 파고들어가는 과정을 서술한 부분인 만큼 저자는 이 장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였지만, 1~3·5장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1장의 보론에서 다뤄진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 창설에 관하여는 북분국의 기관지인 정로가 아직 모스크바의 문서고에서 잠자고 있을 시점에 쓰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초기의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공식설명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여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가설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2장은 토지개혁의 결정 과정과 군·당 관계에서 드러난 사회주의국가로서 북한이 가진 특수성(당의 통제<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인민위원회)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3장은 박헌영에 대한 숙청재판에 얽힌 북··소 관계를 짐작케 한다.

 

저자가 동원한 방대한 자료 및 그 효과는 이미 여러 학자들이 인정한 바 있다. 역사가 김성보는 1945년부터 1949년까지의 북한 역사는 김광운의 북한정치사연구 I, 그 이후 1961년까지의 시기는 이 책이라고 함으로써, 북한의 건국 15년사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대표하는 책이라는 위상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온 자료는 북한사, 특히 1950년대의 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라 할만하다. 저자는 북조선의 공식자료인 당결정집과 김일성의 발언(김일성저작집), 당기관지인 로동신문(이전 정로), 이론지 근로자, 정부기관지 일간 민주조선을 비롯하여 인민, 옳은 노선을 위하여, 조선중앙연감(1949, 1950년판)등 북한자료, 남한·미국·러시아·중국·일본(사상휘보, 월보) 자료, 사전, 일지, 연감, 수기와 증언 등을 섭렵하여 구사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과거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할 당시에 입수하지 못한 자료들을 추가적으로 수집하여 비판·게재하는 학구적 성실성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역사학도에게 귀감이라고 할만하다.

 

한편 저자는 어떠한 문제의식과 이론적 틀을 가지고 와다 교수의 입론을 비판적으로 보완하려고 했는가? 저자는 이정식, 서대숙, 커밍스(코포라티즘론), 이종석(유일지도체계), 박명림, 가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 스즈키 마사유키(鐸木昌之, 수령제), 와다 하루키, 김성보, 김광운(김일성지도체계) 등 기존의 연구 흐름과 본인의 명제를 견주었다. 저자에 따르면, 와다의 국가사회주의체제+유격대국가론사회주의국가라는 북한의 기본적인 전제를 미처 살피지 않았고, 다만 1960~70년대 이후 북조선사회주의의 특수성을 과도하게 부각시킨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국가사회주의체제로서의 일반적성격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1945~61년에 주목한 것이며, 같은 시기를 단계적으로 세분하여 정치·사회·경제를 아우르는 체제 일반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자의 엄밀한 실증적 자세에도 불구하고, ‘국가사회주의체제론이 사회주의=전체주의라는 식의 냉전적 분석과 어느 정도 동형이라는 의심을 살 가능성이 존재한다. 소련과 동구, 독일 등 국권적 사회간의 상호 관련을 역설하는 와다나, 그의 국가사회주의론을 별다른 비판 없이 받아들인 결과는 아닐까? 물론 저자의, 그리고 와다의 국가사회주의론=국가사회를 억압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이른바 전체주의분석) ‘국가’, ‘사회’ 3자의 유기적 결합을 중시한다. 하지만 양자는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국가의 위로부터의 장악이라는 관점을 공유한다. 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인민의 자발성이나 그러한 모습이 체제에 스며드는 체제적 역동성은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으며, 저자는 그러한 공백을 계파간의 정치과정으로 채우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북한사 서술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견지했던 자료에 대한 엄정한 자세는, 적어도 실증의 면에서 이 책을 뛰어넘는 대작이 좀처럼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케 한다.

 

  1. 논문의 요지는 다음을 참고. http://gazo.dl.itc.u-tokyo.ac.jp/gakui/cgi-bin/gazo.cgi?no=111492 [본문으로]
  2. 이 글은 국가사회주의체제에 관해 와다 하루키, 고세현 옮김, 『역사로서의 사회주의』, 창작과비평사, 1994(『歷史としての社會主義』, 東京: 岩波書店, 1992); 이신철, 「국가사회주의의 "아시아적 형태"로서의 북조선체제론의 몇 가지 문제」, 『史林』 26, 2006 등을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3. 각 장의 제목과 다루는 시기는 다음과 같다. 제1장 해방과 인민위원회(1945~1946) / 제2장 ‘인민민주주의국가’ 수립과 ‘당=국가’(1946~1950) / 제3장 6·25전쟁과 전시체제(1950~1953). [본문으로]
  4. 2015년 현재, 이 책에 대한 서평으로 모두 3편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글은 다음의 서평을 이용하여 작성하였다. 김성보, 「방대한 자료로 밝혀낸 '북조선 국가사회주의체제'의 역사」, 『역사문제연구』 14호, 2005; 김용현, 「정치·경제·군사·지역 포괄한 북한 연구의 기념비」, 『월간말』 226, 2005; 박명림, 「일급에 이른 북한연구의 결실」, 『창작과비평』 33(2), 2005.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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