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8. 1. 8. 21:47

전진의 존재론: 왜 난 '오직 전진뿐'을 입에 달고 사는가?

무엇보다 내가 가난한 가정,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계급적으로는 프레카리아트, 소득분위로는 1~2. 물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그러한 조건이 어떻게 전진으로 이어지는가?

대학 입학 이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나서, 나처럼 힘든, 또는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랬듯, 교육이라는 통로를 통해 가난한 이들도 좋은 대학에 가고, 세대 간 계층 이동이 가능할 줄 알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대 대학원 졸업과 미국 유학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주변에 '상류층' 내지 '중류층' 이상의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알게 되었다. 인문학이라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한계급/귀족의 유희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여러 겹으로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는 인문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에로의 진입 자체(진태원 교수가 K군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리고 설령 진입했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는 오리무중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힘든 청년들과 구조적 착취에 놓인 반/주변부 청년들을 돕는 통로가 어디에 있을까? 존경하는 선생님들은 그런 소리 할 시간에 책 한 줄을 더 읽고 얼른 학위나 취득하라고 하셨다. 그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학위도 없는 원생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해진 시대이다.

현재는 암중모색,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실용적으로 할 수 있는 일(=개인적 역량 강화, 동지들과의 연대)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유용함을 선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 중이다. 해야 할 일은 산적해있다. 서구의 선진적인 학문scholarship을 섭취/소개도 해야 하고, 연구에 필요한 외국어도 연마해야 한다. 하지만, 친한 형 말마따나 혼자선 다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가 많아야 한다.

동지/동료들과의 협업에서 내 몫을 온전히 다 하려면 부단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또 굳이 공부 트랙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선 실력을 기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허비한 시간들(군대, 갑질)이 아쉽지만,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쉴 새 없이 몰아쳐야 한다. 우리가 잃을 건 실로 쇠사슬 뿐이 없지 않나. 오직 전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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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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