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책 읽다가 수업 갔다가 지금껏 책 읽으면서 하나도 졸리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즐겁다. 정말 오길 잘했다. 한/미 대학원 생활-북한사 연구-비교. 지극히 주관적이니 감안하시고 보세요.


1. 재정: 미국에선 돈을 준다. 한국에선 돈을 낸다. 이는 어떤 생각들을 반영할 텐데, 전자는 "(아무리 문송해도) 학자는 키운다"이겠고, 후자는 "네 선택이니 네가 책임지려므나"겠다. 직업적 전망의 열악함을 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건 전세계적 현상 아닌가.

2. 자료: 미국에선 그나마 맘껏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언제든 국가보안법 위반의 멍에를 지고 본다. 물론 자료는 여기보다 한국에 더 많이 소장되어 있다. 하지만 보기가 영 까다롭고 귀찮고 위험하다.

3. 수업: 책 많이 읽는다. 예전에 한 대학원 수업에서 한 학기에 걸쳐 읽은 분량을 여기서 일주일만에 읽었다. 영어가 진리의 언어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많이 읽는다. 지금도 읽고 있다.

4. 토론: 수업 내외로 토론을 많이 한다. 논의 수준이 항상 높다고만 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고 발언권이 있어서 좋고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좋다. "정통" 해석은 종교기관이나 신학교에 있는 걸로 족하다.

5. 동학: 아무래도 북한사는 미국에서 비주류인 한국사보다 더 비주류인만큼 같은 공부를 하는 선생님을 찾기 어렵다. 허나 집중도 측면에서는 전미에서 우클라만한 데가 없다고 자부한다.

6. 이론: 방법론/접근/이론/시각 등 뭐라고 해도 좋다. 다양성과 참신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론의 다양함이 자료의 빈약함을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두뇌를 더 주름지게 할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7. 생활: 집 떠나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밥도 밥솥과 햇반이 다 해결해 주니 반찬만 조금 확보하면 된다. 나성 날씨는 허구헌 날 맑고 좋다. 사시일철 선크림이 필요한 게 유일한 단점이다. 아, 운전을 못하면 조금 힘들다. 특히 정착 초기에는 그렇고, 가구를 마련해야 하면 더욱 그렇다. 아시안이 많고 인종구성이 다양한 만큼 차별을 대놓고 느끼진 못했다. 일전의 테러처럼 총기 규제가 여전히 안 되는 측면이 있고 이는 분명 문제적이지만, 내가 뭘 어떻게 나서서 할 수도 없거니와 한국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걸 생각하면그저 내 할 일에 집중해야겠다.

8. 추행: 한국 대학원에서의 추행과 갑질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선 적어도 노력봉사 같은 건 없고, 학내 권력자가 자행하는 성범죄에 엄정하다. 물론 여기도 학생-교수 간 갈등이 샷건 난사로 이어지는 일이 가끔 있다. 자살자도 더러 있다.

그밖에도 많은 얘기가 남아있지만 우선 마저 하던 독서를 계속 해야 한다. 오직 전진뿐.


fb에 2017년 10월 10일(미국시각) 게재.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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