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업로드를 못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시베리아에서 열심히 살면서 놀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부로 탈조선'에 필요한 것들을 이미 여러 꼭지에 걸쳐 적었으니 더 쓸 말이 없기도 했다. 물론 영어 공부나 인문학/지역학/역사학으로 미국 박사를 나가는 법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쓸만도 했지만, 막상 아무도 내게 후속 질문이나 더 자세한 가르침을 요구하지 않아서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막상 '공부로 탈조선'을 성공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생겨날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탈조선의 기쁨을 상쇄시킬 수도 있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에 그저 내 공부에만 집중하였다.

 며칠 전, 친한 형님으로부터 우정에 입각한 진지하고 사려 깊은 조언을 들었다.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경멸과 혐오, 비난을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 하지 않으면서, 좀 더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멀게는 2013년부터, 짧게는 작년인 2016년부터 정말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생활을 지속했고, 그로 인해 엄청나게 속앓이를 했다. 더군다나 나처럼 적수공권의 문돌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짜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수와 노오력이 맞물려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를 얻어 냈고, 이제는 이에 걸맞은 작업을 통해 후속 세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공부로 탈조선'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살면서 끊임 없이 하고 싶은 것이나 삶의 방향이 바뀌게 마련이지만, 어느 길을 가더라도 대체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함이 드는데, 나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좀 더 평등하고,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말이다. 그러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역사 공부는 중요할까, 덜 중요할까, 아니면 안 중요할까? 후자는 분명히 아닌데, 그렇다고 전자가 아주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덜 중요한 것일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공적/사회적 쓰임을 바란다. 나는 한반도의 북쪽에 역사적으로 세워진 정권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역사에 우선 주목한다.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한국어를 쓰던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스탈린식 사회주의를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변용하여 자신들만의 사회주의를 건설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역사가의 임무는 옹호나 비난에 있지 않고 이해에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장차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즉 우리들)이 사회주의 또는 과거에 '사회주의'로 불렸던 평등하고 살기 좋은 정치체를 만드는 기획에 커다란 밑바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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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핼

    아아 ㅜㅜ 아쉽습니다. 인문학으로 미국 박사를 가는 방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1인 입니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2017.04.20 02:2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