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스크에서 보내는 편지.


2016년 한 해 동안 일을 3개 하면서 참 고되게도 살았다. 동시에 유학을 준비했고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면서 미박의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했다. 보면, 분명 나처럼 공부로 탈조선의 꿈을 꾸면서 오늘도 열심히 전진하는 동기후배들이 많을 터이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써보는 공부로 탈조선(문돌이-역사 편) 10계명.


1. 전공을 바꾸라.
- 문돌이로 미박을 가는 일은 어렵고 보상도 크지 않다. 차라리 컴퓨터 언어나 공학, 과학을 하는 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고 인류의 전진과 사회주의 건설에 더 도움이 되겠다. 무엇보다 내가 아니어도 문돌학을 할 사람은 많다.


2. 미/영 명문 학부>>>반주변부 좋은 학부>>>반주변부 석사
- 반주변부 석사는 미박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듯 하다. 난 '한국사의 메카'를 자부하는 서울의 ㅅ대에서 석사를 했는데 미박 입시에서는 정말 단 하나의 메리트도 없더라. 오히려 미/영 또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에서 학부를 한 친구들이 실적이 좋았다. 따라서 반주변부에서 석사 할 시간에 차라리 영어 글쓰기를 연마하라.


3. 훌륭한 영어 글쓰기>>>다양한 외국어 학습
- 다양한 외국어를 갖출 시간에 입시위원회에 들어올 교수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멋진 영어 글쓰기를 연마하라. 당신이 몇 개의 외국어를 하는지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더라. 곧 도래할 인공지능도 생각해 보라.


4. 미국가서 영어로 세미나>>>반주변부에서 하는 세미나
- 이런저런 책을 읽고 모여서 토론하는 것은 분명 권장할 만한 일이나 미박 입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로 쓰인 훌륭한 저작들을 읽으면서 연구사 정리를 하는 게 낫다. 세미나는 미국 가서 하라.


5. 외부 장학금은 있으면 본전, 없으면 낭패.

- 미국 사립대들은 괜히 사립대가 아니다. 당신이 얼마를 들고 간다한들 뽑아줄 유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장학금이 있으면 입시와 생활에 아주아주 조금의 도움을 주는 것이고, 없다면 불법 알바라도 뛸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6. 세부 지역/관심 주제를 잘 택하라.
- 예컨대 반주변부에서 한국학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미박에 한국학으로 지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인에게는 한국학이 가장 유리하겠으나 이것도 정말 철지난 얘기더라. 더군다나 북한(사)는 정말 아무도 관심 없어 한다. Red ocean에 뛰어드는 것을 말리진 않겠다.


7. 미국 교수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져라.
- 너무 당연한 말이겠는데, 미박 입시의 성패는 결국 입시위원회에 달린 것이고, 거기 들어오는 대부분의 교수는 미국인이다. 교수들도 사람인데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를 뽑지 않을까?


8. 글을 쓸 때는 논지 중심으로 쓰라.
- 역사 공부의 꽃은 자료 독해이지만, 자료를 아무리 많이 보고 참고한다한들 그게 바로 논문이 되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주를 많이 다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논지를 분명히 세워서 독자를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9. 메모는 다시 볼 때만 유의미.
- 반주변부에서 공부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메모와 필기를 했지만, 절반도 못 보고 버린 듯 하다. 결국 메모는 다시 볼 때만 유의미하며, 따라서 부지런히 다시 보는 작업을 하지 못할 바에야 영어 글쓰기나 연마하라.


10. 그럼에도 넓고 깊게 공부해야.
- 그럼에도 역사학은 사회과학의 총체라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대우가 안 좋아도 계속 하고 싶으면 뭐 계속 해야지. 이왕 할 거면 간학제적으로 넓고 계보학적/고고학적으로 깊게 파이팅합시다!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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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학생

    문돌이로 학사를 나오셨다면 전공을 바꾸어 자연과학이나 공대로 미국박사가는 것은 지잡대 경우라도 문돌이 박사가 취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막말로 세대에 손에 꼽을만한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이죠. 애초에 수1을 쳤을 때 끝난겁니다

    2017.11.07 14:05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사실 그게 맞습니다만, 실제로 전공을 바꾸라기보다는 얼마나 문돌이가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쓴 것이었어요 ㅋㅋ

      2017.11.07 14:0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