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평/한국전쟁2014. 9. 28. 08:37

 이 책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학자의 연구 성과로, 중국의 6·25전쟁 개입의 배경과 준비 과정, 정책 결정 등을 다양한 사료에 기반 하여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하는 중공 지도부의 대내외 정책 및 참전이 형성·결정·실행되는 과정을 자세히 추적하였다. 이 책의 초판은 아직 공산측 자료가 활발히 발굴·공개되기 전인 1991년에 나왔고, 그로부터 13년 후인 2004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러나 평자는 저자의 핵심 논지가 초판과 개정판 사이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21)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은 번역판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참전은 마오의 대미관(對美觀)의지”(또는 결의)의 결과’(367)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개정판에서 새로운 자료(주로 러시아 자료)를 추가했고 몇몇 부분을 수정했으며 연구 범위를 1940년대로 넓혔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1991년 초판의 논지에서 크게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각주:1] 이하에서는 저자에 대해 살펴본 후, 책의 구성과 핵심 요소들을 나름대로 뽑아 정리하겠다. 그러고 나서 6·25전쟁 연구와 관련하여 이 책에 관한 짤막한 논평을 시도하겠다.

 

 저자는 1957년 상하이 태생으로 중국 국적이나 1986년 종합연구개발기구(NIRA)에 객원연구원으로 방문한 이래 일본에서 공부하며 꾸준히 경력(“旅日華人”)을 쌓았다. 도일(渡日) 이전 화둥사범대학에서 일본문학으로 학사학위(1981),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SIIS)에서 석사학위(1984)를 취득하였다. 이 책을 출간한 직후 가쿠슈인(学習院)대학에서 마오쩌둥의 조선전쟁으로 정치학 박사학위(1992)[각주:2]를 취득했으며, 일본 내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거쳐 1996년 일본의 도요가쿠엔(東洋学園)대학 인문대 교수로 취임하였다. 중국의 정치·외교사, 현대사,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이 주된 관심사이며, 저술 및 사회활동을 꾸준히 수행하였다. 2003~2012년 동안 일본화인교수협회 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대중매체에 출연하는 등 일본 내에서 기고와 토론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37월에는 회의 참석차 상하이를 방문했다가 정보 누설 혐의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체포돼 구금됐으며, 이듬해 1월 석방돼 2월말 일본으로 돌아오기도 하였다. 중일관계의 발전을 자신의 숙명이자 사명으로 여기지만, 일본의 일각에서는 그를 중국의 대변인이라고 보기도 한다.[각주:3] 이러한 저자의 약력을 통해 그를 일본 내의 성실한 중국인 중국연구자정도로 평가할 수 있고, 션즈화(沈志華)보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서론에 더하여 전체 11장으로 구성돼있다. 연구의 범위는 서론과 1, 결론부인 11장을 제외하면, 1950627(트루만의 성명”)[각주:4]부터 1019(“지원군의 압록강 도하”)까지이다. 2장은 1940년대 중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공의 대미인식의 형성과정을, 3장과 4장은 각각 동북변방군의 창설과 전략적 핵심지역(월남·대만)에 대한 전략의 조정을 다루었다. 5장부터 10장까지는 중공 지도부 내부 중공의 중앙과 지방 중공과 소련·북한 등 다양한 분석의 층위를 넘나들며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너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최대한 밀착하여 서술하였다. 결론부에서는 본론의 내용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 책의 특장을 도표를 이용한 비교라는 방식을 통해 흥미롭게 제기하였다.

 

 이 책의 핵심적인 질문은 대체 왜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했는가?’(27), 번역판의 제목은 저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평자는 이와 같은 저자의 질문이 역사적으로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오의 참전 결정(중국의 참전)을 통해 비로소 6·25전쟁이 국제전적인 모습을 띠게 됐으며 이후 막대한 역사적 피해와 파급 효과(24~25, 378~387)를 남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공 참전의 역사적 파급과 관련하여 설득력을 높이면서도 예증을 위해 6·25전쟁을 미중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션즈화의 견해나 전쟁 이후 참전국의 지도부가 얻었던 학습효과 등을 일찌감치 앞부분에 서술해두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나름대로 제기한 질문을 어떻게 해소하였을까?

 

 이 책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시종일관 마오의 대미관과 의지를 강조(26)하였다. 이는 예의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이기도 하다. 저자는 들어가는 마당에서 선행 연구들을 언급하며 1946년 쓰핑(四平) 전투를 통해 마오의 대미적대감이 본격적으로 고조됐고, 중공 지도부가 트루만의 성명三路向心迂回전략의 실행[각주:5]이라고 파악하여 마침내 참전의 충분조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하였다. 결론부에서는 검증된 것을 정리하며, ‘인천상륙작전에 따른 참전준비의 가속화즉시 참전을 반대하거나 참전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중공지도부미국의 대중침략 타파를 항상 염두에 두었던 마오의 결단이라는 도식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저자의 강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우선 그는 당시 중공의 정책 형성과정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자료인 각종 회고록이나 建國以來毛澤東文稿등 내부 문건, 우여곡절을 겪으며 얻은 면담과 증언 등을 거의 망라했고 이것들에 입각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 따라서 중공의 참전 결정이라는 주제에 관해 자료 면에서 저자를 뛰어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님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저자는 동시에 확정적인 진술보다는 당시 정황을 충분히 반영한, 신중하고 어찌 보면 교묘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추론식의 서술을 고수하였다. 더불어 저자는 여태껏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 이를테면 (남진)‘협의설이나 전쟁의 주도자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각 상반되는 주장들과 그에 따른 근거들을 소개하며 은근히 한쪽 해석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입장임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이러한 서술방식의 특징은 자료상의 한계나 저자의 존재구속성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당시 중공이나 공산국가의 민주집중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지도부의 내밀한 속셈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저자가 시도했듯 다양한 역사적 인과 관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저자는 자신의 분석법을 面狀分析法이라 일컬었다)는 그 자체로 미덕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저자는 정작 중공의 참전 결정에 관한 중층결정적일 수도 있었던 분석을 최고지도자의 세계인식과 결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요소에 종속시켜버렸다. 그 속에서 중공의 참전 결정을 촉발시킨 제일요인은 미국의 성명발표였고, 6·25전쟁은 곧 국제전으로 비화될 터였다.

 

 이 책은 역사의 시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자료들을 구사한 만큼 6·25전쟁 연구의 하위주제인 중공의 참전에 관해서는 상당한 정보(전쟁 즈음의 중공의 병력 현황, 배치 상태, 지도부의 대외 전략, 아시아의 냉전 초기 상황 등)를 들려준다. 특히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다수의 증언은 당시 지도부의 상황을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생생히 전달해준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모택동이 왜 개입했을까?’란 역사적 질문을 독자 나름대로 묻게 만들며, 하나의 대답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1. 초판은 일본의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1991년 11월 21일)에서 『毛沢東の朝鮮戦争: 中国が鴨緑江を渡るまで』(모택동의 조선전쟁: 중국이 압록강을 건너기까지)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저자는 증보판에서는 ①개전 준비 기간 중공의 대북·대소 동향 ②참전 직전 한 달 간의 정책결정 과정 ③각 시기 인민해방군의 동향에 관한 정보 등이 추가됐다고 밝히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주지안롱, 서각수 옮김, 『모택동은 왜 한국전쟁에 개입했을까』, 역사넷, 2005, 28~29쪽 참조. [본문으로]
  2. 일본국제정보학연구소(JAIRO) 누리집에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pdf)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의 주소(http://jairo.nii.ac.jp/0205/00001562/en)를 참고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이상의 정보는 Wikipedia 일본어판 <朱建栄> 기사 및 누리망상의 각종 신문기사에서 채집하였다. [본문으로]
  4. 미국 UC산타바바라대학의 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의 주소(http://www.presidency.ucsb.edu/ws/?pid=13538)를 참고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3방향, 즉 한반도·대만·월남을 통해 중국을 공격한다는 전략을 일컫는다. 번역판에서는 “로(路)”자가 “로(勞)”자로 오기 또는 오역돼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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