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5. 7. 26. 07:30

결혼 생활의 인간권에 대한 근거가 이미 상실된 시기에도 그 불명예스러운 패러디를 지속하고 있는 결혼은 오늘날 일종의 자기 보존의 트릭으로 작용한다. 즉 서로 굳게 맹세한 두 사람은 사실상 수렁 속에서 우울하게 살아나가며 각기 자신이 저지른 나쁜 짓에 대한 책임을 바깥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있다. 진정한 결혼 생활이란 아마도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독립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강요된 경제적 이해 공동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충돌 없이 자발적으로 서로에 대한 상호 책임을 떠맡는 생활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해 공동체로 구성된 결혼이란 어쩔 수 없이 상대 이해 관계자를 굴복시키는 것을 뜻하며,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지라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은 굴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세계 구조의 사악한 측면이다. 따라서 때때로 이익 추구에서 해방된 사람들만이, 즉 부자들만이 추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 가능성도 아주 형식적이다. 그것은 바로 특권층이란 이익 추구를 제2의 천성으로 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특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아도르노, <분리와 결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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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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