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5. 6. 21. 08:29

- 년초의 동력을 다 잃었다. 며칠 전 춘천까지 자전거를 탔기 때문만은 아니다.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정신을 흘려보내지 말고 다잡자.

- 의외로 나는 아이패드며 아이폰이며 온갖 잡다한 소품에 시간을 빼앗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리 의지가 박약한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반면, '좀 쉬고 하지, 뭐'라는 게으르고 여유로운 생각이 먼저 든다. 큰일이다.

- 레닌그라드라는 가수를 알게 됐다. 가사는 영 질이 별로지만, 가락이 좋다.

- <공산당선언>(이진우 옮김, 책세상)을 읽었다. 1848년에 나온 글이다. 조선시대에 나온 글을 아직도 읽는다. 읽고 읽고 다시 읽고, 잊어버릴 참이면 또 다시 읽는다. 청년 마극사 형님의 눈으로 세계사와 유럽사를 훑는다. 이내 공산주의자의 임무가 적시 된다. 아류와 분파들이 그때도, 그리고 2015년인 오늘날에도 넘쳐난다. 

- 첫 번째 과제는 소유 일반의 철폐가 아니라 '시민적 소유의 폐지'이고, 당시 '현대적 시민적 소유의 폐지'란 '사적 소유의 폐지'와 같았기 때문에 곧 시민적 소유를 폐지해야만 하였다. 이는 착취와 억압이라는 거름을 먹고 자라난 자본주의사회의 소유 방식이기 때문이다.

-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얄궂다. 곧바로, '그럼 내가 힘겹게 모은 것을 내뱉으란 말인가?'라는 타당한 의문과 함께 '마극사란 대관절 무엇인가? 공산주의는 망하지 않았는가?'라는 웃음기 어린 반론이 제기될 터이다. 물론이다. '힘겹게 모은 것'을 포기해야 할 터이고, 그래서 포기하기란 어렵다. 마극사는 '실패한 혁명가'일 수 있고, '현실 공산주의'는 망했고 망해가는 중이다.

-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나의 경우, 내 가족이 정말 처절하리만치 어렵게, 궁하게, 어처구니 없게 살기에, 그러한 모습이 다른 가족(사람)에게나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 조모는 이른바 '문화통치' 때 태어난 분인데 아직도 가사노동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친은 두 분 다 '이순'의 나이에 근접했는데 모두 비정규직으로 연명한다. 내 남동생은 이십대 중반에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어깨에 지고 있는 빚이 2,000만냥에 육박한다. 이 어찌 눈물이 안 날 수 없는 광경이란 말인가?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나보다, 내 가족보다 어렵고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경우란, 이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도, 그 너머의 중국과 로서아에도, 바다를 건너 일본에도, 온 천지사방에 실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넘쳐난다. 정말 많다. 의심이 가는 분은 장 지글러(Jean Ziegler) 형님의 저작들을 읽어보라.

- 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도 그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찾는 중이라 완벽한 설명을 내놓진 못한다. 그러나 단계별로, 항목별로 가늠은 해볼 수 있다. 내 깜냥에 대한 무한한 관용을 바라며, 몇 가지만 늘어 놓아보겠다. 

  • 소비 수준 재고: 제고(提高)가 아니다. 재고(再考)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싶은 족족 무언가를 욕망하고 사는 것은 스스로를 기계로 만드는 일이다. 기계라면, 좋다! 연료가 부족하면 채우고 또 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계와 달리 영혼을, 정신을,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연료가 부족하다고 그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난 이것을 꼭 사야만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재고의 여지란 언제든, 어디든 있다.
  • 노력 수준 재고: 역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가 그 대상이 된다. '열심히 일하지 마라.' 철학자 강신주도 제기한 바 있는데, 난 그에 철저하게 동의한다. 열심히 일하려면 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해, 왜 하는지 먼저 물어보자. 설령 그렇게 물어봤다 할지언정, 자기자신을 위한 일, 예컨대 독서나 사색, 여행, 타인과의 대화 등이 아니라면 열심히 하지 마라. 아무리 무언가를 열심히 하더라도 웃는 건 일자리(회사)의 주인일 뿐이지 노예인 당신이 아니다. 참고로 요즘 난 노예라서 파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태업을 하고 있다.
  • 무엇을 할지 생각: 그러고 나서 이제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해야 한다. 한 번 사는 거 아닌가? 이 장구한 인생에서 젊음은 곧 끝난다. 나의 젊음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아깝지도 않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직, 아니 된다. 비정규직만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엇을 할지, 진중하게 이틀만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하루나 이틀을 더 쓸 것이고, 그런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모험과 도전,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냥 '돈이나 벌지, 뭐'라면 그것도 좋다. 노예나 기계를, 나는 어찌 다룰지 모른다.
  • 글쓰기: 생각을 어느 정도 하는 동시에 글을 써야 한다. 글이란 건 스승도 제자도 너무나 많은 지긋지긋한 행위이자 분야라서, 단박에 그 모든 걸 알 수 있는 방도란 단연코 없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글을 몇 편 볼 수 있는데, 그런 글들을 쫓아서 가면서 계속 써 나가면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다.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이제 그 누구에게도 굽신대지 않을 수 있고, 설령 굽신댄다 할지라도 마음 속에서 칼을 갈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한 번 사는 세상, 자신의 글을 써야하지 않겠는가!
  • 역사 공부: 생각과 글쓰기에 뜻을 품는다면, 그 형식을 풍성하게 해줄 재료를 습득해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내가 공부해서는 결코 아니지만, 역사 공부야말로 생각을 말랑말랑, 시각을 부릅부릅, 상상을 뭉게뭉게 하게끔 만들어 줄 수 있는 최상의 공부방법 중 하나이다. 역사 공부란 행위 및 분야도 방대하긴 한데, 그 모든 것은 결국 문제의식과 자료와 방법론의 삼위일체을 부연한 데 불과할 뿐이겠다. 재료를 모아 재구성을 하다보면 어느새 역사가가 돼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도 함께 배우면 금상첨화겠다.)
  • 일상을 살기: 그런데 내가 아는 방법은 고작 이런 일반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정세를 분석하고 그것을 어떠한 움직임의 거름으로 삼는 일은 일상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시간 되는 친구들과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우리는 누구이고 어느 시대에 살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논의해보라. 적어도 나는 그것이 긴급하게 요청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말은 거창하지만 행동은 아직 크지 않다. 더 크게 만들고 싶다.
- 모르겠다. 그런데 아픔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언제부터인가 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악당 '볼드모트'와 같아서 이름조차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존재이다.
- 마극사, 은격사, 열령, 사달림, 김일성, 모택동, 절격와랍(Che Guevara), 호지명 등 과거의 혁명가들은 이제 모두 사라졌거나 박제돼 남아있다. 그들을 영웅시하거나 숭앙하는 일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 우선은 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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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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